왕립천문학회 , 당국 규제 요청…"우주 향한 창문 닫는 꼴"
"밤하늘 별 가리지마" 영국 천문학계, 머스크 위성에 제동
영국 천문학계가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출범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업이 천체 관측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왕립천문학회는 머스크 CEO의 '스타링크' 사업이 광공해와 전파 장애를 유발해 천체 관측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링크는 머크스 CEO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저궤도 소형위성 1만2천 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X는 현재까지 팰컨9 로켓을 활용해 스타링크용 소형 위성 1천700개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왕립천문학회는 이같이 소형 인공위성을 대량으로 지구궤도에 띄워놓는다는 구상으로 인해 광공해가 생겨, 밤하늘에서 관측할 천체를 분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매시 왕립천문학회 부회장은 "이런 통신 위성들은 강력한 다운링크(위성 등 우주에서 보내는 정보를 받기 위한 통신링크)를 필요로 한다"면서 "역사적으로 전파망원경은 이런 간섭이 없는 외진 곳에 건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구 표면에 위성 무리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비관적으로 보면 우리는 우주를 향한 창문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왕립천문학회는 이 위성들이 전파 방해를 발생시켜 전파망원경과 같은 우주 관측 장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립천문학회는 실제로 우주를 지나다니는 위성 탓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일부 이미지가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매시 부회장은 이런 전파망원경 사업에 대한 정부 투자금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위성 수천 개로 인해 사업이 무용지물이 될시 공적 기금이 크게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머스크의 사업이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심우주 관측을 위해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 배열을 건설하려는 국제 프로젝트인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와 영국 맨체스터 인근 조드럴뱅크 천문 센터 등을 꼽았다.

영국 정부는 총 15억파운드(약 2조3천500억원)에 달하는 SKA 건설 비용 중 2억7천만파운드(약 4천230억원)를 투자했으며, 다른 관측기구에도 매년 수천만 파운드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하늘 별 가리지마" 영국 천문학계, 머스크 위성에 제동
또, 매시 부회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위성을 쏘아 올릴 경우 규제 받지 않는 위성 수가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SKA 측과 왕립천문학회는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에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금처럼 위성 수가 늘어나는 상황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오프콤은 천체 관측에 지장이 생기는 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국 천체 관측 위성 주변에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오프콤은 외부 자극에 민감한 우주 관측소 중 일부를 골라 인근 약 300㎢ 내 5G 기지국 수를 제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