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대형 반도체회사 두 곳이 결합하면 시장에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게 돼 자유로운 경쟁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약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FTC는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데이터 기술, 자율주행기술 등 차세대 기술 발달을 억제할 수 있다”며 “자체 칩을 개발해야 하는 경쟁사들의 기술과 디자인을 두고 엔비디아가 불법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C는 두 회사의 결합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한국의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약 47조2000억원)에 ARM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M&A)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두 회사의 합병이 발표되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문에서 ARM의 지위를 문제삼았다. 애플 삼성전자 등을 비롯해 세계 스마트폰 AP의 95%가 ARM 설계도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이번 인수를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기업인 ARM의 매각이 반경쟁적일 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봤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 10월부터 합병 건의 심층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중국도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합병이 업계에 도움이 되고 경쟁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계속 알릴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FTC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