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써왔던 가변이익실체(VIE)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는 중국 기업들의 잠재적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VIE 상장 방식 금지 방침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어디에 상장할 것인지는 기업의 자유”라며 “다만 금융당국은 업종에 따라 해외 상장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증감위, 상무부 등이 VIE 구조 상장 금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에만 당국의 심사를 거쳐 허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VIE는 외국인의 중국 기업 주식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중국의 법규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다. 중국 내 기업 대신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상장시키는 것이다. 페이퍼컴퍼니는 중국 내 기업의 지분을 갖지 않고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한다. 알리바바, 징둥닷컴(이상 뉴욕), 텐센트(홍콩) 등 중국의 빅테크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해외 증시에 상장했다.

빅테크들이 VIE 구조로 해외에 상장할 때 중국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인 승인을 받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했고 이후 국가안보 조사와 신규 회원 모집 금지 등의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

회색지대에 놓여 있던 VIE 구조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정부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가시장감독관리위원회는 2월 반독점법에 VIE 관련 규정을 넣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7월 디디추싱 사태 직후 회원 100만 명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당국의 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내놨다. 중국이 VIE 구조를 금지하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등 250여 개 중국 기업이 대거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현상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은 중국 민간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지적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