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 히로시마 원폭급 위력"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 베수비오 화산은 서기 79년 폭발했고, 이 영향으로 당시 로마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던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은 한순간에 멸망했다.
이탈리아는 최근 헤르쿨라네움 유적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유적지 인근 해변에서 한 남성의 유골을 발굴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망 당시 40∼45세로 용암을 피해 바다로 도망가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남성은 나무 상자가 들어있는 작은 가죽 가방을 움켜쥐고 있었으며 가방 밖으로 철이나 청동으로 추정되는 반지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번 발굴작업을 이끈 프란체스코 시라노 헤르쿨라네움 고고학 공원 원장은 이 남성의 뼈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남자의 피가 남긴 얼룩의 흔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볼 때 전문가들은 당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400∼500도로 추정되는 화쇄암이 헤르쿨라네움을 덮쳤고, 사람들의 뇌와 피를 순식간에 끓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헤르쿨라네움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고학자 도메니코 카마르도는 가디언에 "이곳에서 발견된 당시 희생자들의 유해는 히로시마 원폭 때 발견된 유해와 비슷한 상태"라며 "정말 큰 공포와 비극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헤르쿨라네움은 나폴리만에 있는 해안 도시로 폼페이보다 덜 알려진 곳이다.
이번 발굴은 1980∼1990년대 300여 명의 유해가 발견된 지 약 30년 만에 이뤄졌다.
18세기 초 우물을 찾는 과정에서 처음 존재가 드러난 헤르쿨라네움은 폼페이보다 부유한 도시로 추정된다.
이곳에서는 프레스코화(벽에 석회를 발라 그린 그림)와 모자이크 바닥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저택들이 발굴됐다.
또 열과 재에 의해 탄화된 나무 가구와 두루마리뿐 아니라 과일과 빵 등 유기물도 발견됐다.
헤르쿨라네움에서 폼페이와 달리 유기물이 발견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발굴단은 두 지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화산 폭발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마르도는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와 용암 조각들이 3∼4m 높이로 쌓이면서 도시 전체가 매장됐다"며 "반면 헤르쿨라네움은 400도가 넘는 화쇄암 구름에 의해 주민과 나무 등 생명체가 모두 불타고 나서 화산에서 나온 진흙 파도에 20m 두께로 덮이면서 동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쌓인 진흙이 굳어지면서 산소를 차단, 음식 같은 유기물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굴단은 희생자의 유해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발굴한 유적의 일부를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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