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서 마스크 착용 늘어…예정된 행사 취소하기도
[르포] 오미크론 소식에 잔뜩 움츠린 런던…마스크 의무화 첫날

30일(현지시간) 정오 무렵 런던 워털루역에서 탄 노던라인 지하철 객차에선 이전과는 사뭇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전보다 마스크를 쓴 런던 시민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런던 시민들은 올해 7월부터 봉쇄 강도가 낮아져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지만 이날부터 대중교통에선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과태료 200파운드(약 32만원)를 물어야 한다.

자리에 앉아 건너편 의자에 나란히 앉은 승객 5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을 세 보니 4명이다.

그 옆 의자는 6명 중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전보다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지만 꽤 큰 금액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도 지하철에서 '노마스크'를 고집하는 런던 시민도 쉽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르포] 오미크론 소식에 잔뜩 움츠린 런던…마스크 의무화 첫날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눈총을 주거나 단속을 엄격하게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집권당인 보수당 정치인들은 마스크를 꺼리는 편인데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자 바짝 긴장해 마스크 착용을 재빨리 의무화했다.

30일 기준으로 런던에선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된 사례가 22건 확인됐다.

방역규제를 모두 푼 7월 19일 '자유의 날' 이후 넉 달여 만에 마스크 착용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런던 시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주재원은 "오늘 출퇴근길에 기차와 지하철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르포] 오미크론 소식에 잔뜩 움츠린 런던…마스크 의무화 첫날

런던 남부 최대 기차역인 워털루역에선 얼마 전까진 직원, 경찰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나 이날은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 있었다.

턱에만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 등도 확 줄었다.

영국 정부는 '얼굴 가리개'(face covering)라고 해서 스카프나 천으로 입을 가려도 마스크로 인정하는 데 30일 찾은 워털루역에선 1회용 마스크를 선택한 사람이 이전보다 많아 보였다.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은 스마트폰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부스터샷(백신 추가 접종)을 확대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 기사를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읽고 있었다.

올해 연말만은 들뜬 크리스마스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난데없는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다시 일상을 빼앗길 수 있다는 근심이 런던 시내를 짓누르는 듯했다.

[르포] 오미크론 소식에 잔뜩 움츠린 런던…마스크 의무화 첫날

점심시간엔 인파로 붐비는 런던 중심가 차이나타운도 평일인데도 올해 초 봉쇄 중이던 때가 떠오를 만큼 한산해 잔뜩 움츠러든 런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국 정부는 아직 재택근무 권고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감염이 늘어나고, 밀접접촉으로 10일 자가격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와 접촉하면 백신을 맞아도 격리해야 한다.

차이나타운 옆 코번트가든의 한 옷가게에 손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들어왔지만 마스크를 쓴 점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처럼 온 손님을 환하게 반겼다.

이날부턴 상점에서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난데없는 확산에 행사도 위축되고 있다.

런던 주재 한 한국 금융회사는 다음 달 초 예정한 행사를 취소했다고 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크리스마스 파티 예약 취소가 갑자기 늘어난다는 보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겨울방학에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 이들은 오미크론 변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비행기 표를 취소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르포] 오미크론 소식에 잔뜩 움츠린 런던…마스크 의무화 첫날

런던의 학교에서도 부랴부랴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런던 남쪽 서리 지역의 한 중학교에선 교장이 직접 학생의 마스크 착용을 챙기고 흐지부지됐던 거리두기 규칙을 강화한다고 통지했다.

또 급식실엔 가림막도 더 설치했다고 한다.

부스터샷도 런던 시민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다.

영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접종 대상을 4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고 접종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존슨 총리는 내년 1월 말까지 성인은 모두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부스터샷을 예약하거나 접종 후 6개월이 지났다면 '워크인 센터'를 찾아가라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안내 문자가 휴대전화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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