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확대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미국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의 위상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업체 IHL그룹의 자료를 인용해 미 유통기업 945곳이 올해 신규 개점했거나 개점 예정 중인 오프라인 점포 수가 폐점 업장 수보다 4361개 많을 전망이라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신규 개점 건수가 폐점 건수를 웃도는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해왔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어들어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로 오프라인 중심 유통기업들이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유통기업이 신규 개점에는 적극적이지만 폐점에는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한 데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진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WSJ는 “오프라인 매장은 전자상거래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을 잘 활용하면 배송 및 반품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미 유통기업 타깃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발송 비용이 물류창고에 비해 평균 40%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럭 운전사 부족 등에 따른 배송 지연 문제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디지털 광고 비용은 급증했지만 매장 임차료는 줄어드는 등 임차 조건이 좋아진 점도 최근 변화의 원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 프라핏웰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구글 페이스북 등을 통한 디지털 광고 및 광고 제작 비용은 50% 가까이 늘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 임차료는 줄었고 임차 기간도 단기로 정할 수 있어 효율성이 좋아졌다.전자상거래에 기반해 고속성장해온 기업들까지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에 눈뜨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이른바 ‘아마존 백화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와비파커도 지난 9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 15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35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