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감산 완화)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 유가를 잡겠다고 나선 데 대한 맞불 대응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OPEC 13개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는 “비축유 대규모 방출은 현재 원유시장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며 “다음달 2일 예정된 회의에서 원유 증산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소식에 비축유 방출 효과가 반감되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보합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1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0.14% 하락한 배럴당 78.3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0.07% 하락해 배럴당 82.25달러에 거래됐다.

OPEC+는 미국 등의 비축유 방출로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면 유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비축유 방출이 산유국을 자극해 글로벌 원유시장 수급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상반기 OPEC+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이후 빠른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원유 수요가 급증하자 올해 8월부터 연말까지 하루평균 40만 배럴씩 증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경제 재개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국제 유가를 계속 끌어올리자 미국은 OPEC+에 증산 가속화를 촉구해왔다.

다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반발 움직임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이 동참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와 번번이 대립했던 UAE 등은 증산 중단 방침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앞선 OPEC+ 회의에서도 자국의 생산 할당량을 더 높여달라며 사우디 주도의 논의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석유 전문지 쇼크리포트의 스티븐 쇼크 편집장은 CNBC에 “비축유 방출에도 국제 유가는 더 오를 것”이라며 “겨울 한파가 닥치면 내년 1분기에 배럴당 100달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