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요시다 미치노에키
후지요시다 미치노에키
일본 자동차 여행의 명물 '미치노에키(道の駅)'가 20년새 2배 늘었다. 휴게소에서 관광지로 진화한 미치노에키가 속속 생겨나면서 저출산·고령화에 신음하는 일본의 지역활성화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24일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일본 전역의 미치노에키 숫자는 1193곳으로 2001년 이후 550곳 늘었다. 미치노에키는 일본 정부가 지정하는 국도 휴게소다. 24시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과 주차장을 완비하고 지역 관광정보와 특산품 판매를 담당하는 장소를 갖추는 등의 기준을 통과한 휴게소를 국토교통성이 등록한다.
홋카이도 피어21시호로 미치노에키
홋카이도 피어21시호로 미치노에키
1993년 103곳이 처음 지정된 이래 30여년새 숫자가 10배 이상 늘었다. 국토교통성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연간 2억명 이상이 미치노에키를 방문했다. 전체 미치노에키의 연간 매출은 2500억엔(약 2조5884억원)에 달한다.

야마모토 유코 호세이대 지역연구센터 객원교수가 2016년 일본 전역의 미치노에키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연간 매출이 10억엔 이상'이라고 답한 미치노에키는 22곳이었다.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을 넘는 미치노에키도 32곳이었다.

지역별로는 홋카이도가 129곳으로 가장 많았다. 기후와 나가노 등 면적이 크고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지역이 미치노에키도 많았다. 후쿠시마현의 미치노에키는 35곳으로 20년새 5배 늘었다. 이시카와(26곳·증가율 333%) 오사카(10곳·233%) 오키나와(10곳·233%) 등 관광정책에 공을 많이 들인 지역에서도 미치노에키가 크게 늘었다.
미치노에키의 지역농산물 직매소
미치노에키의 지역농산물 직매소
미치노에키가 전문화하면서 지역활성화 거점 역할을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잠시 쉬어가는 경유지에서 미치노에키 자체가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마현 가와바무라의 미치노에키 '가와바 전원 플라자'는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지역활성화 모델로 지정됐다.

인구 3200명인 이 마을의 미치노에키를 찾는 방문객이 연간 200만명을 넘는다. 도쿄의 테마파크 요미우리랜드에 맞먹는 집객력이다.

자연 속에서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석 레스토랑, 여름이면 블루베리를 무료로 따먹을 수 있는 농장 등이 인기다. 지역 농민 400여명이 납품하는 농산물 직매소 '파머즈마켓(Farmer's Market)'은 연간 6억엔의 매출을 올린다.
미치노에키 표지판
미치노에키 표지판
일본 최대 규모의 카레이싱서킷 '트윈링모테기'로 유명한 도치기현의 미치노에키 '모테기'에는 매년 마을 인구의 100배가 넘는 150만명이 방문한다. 운영사인 모테기플라자는 지역산 과일과 야채를 전량 매입해 자체 가공공장에서 잼과 드레싱 등 40종류의 독자생품을 생산한다. 2012년 1700만엔이었던 독자상품 매출이 2018년 7500만엔으로 4.4배 늘었다.

규슈의 인기 미치노에키 '무나카타'는 넓은 부지를 활용한 캠핑카 시승회, 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38건의 이벤트를 열었다.
日자동차여행 명물 '미치노에키'의 놀라운 진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미치노에키가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대기업들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대형 건축회사 세키스이하우스와 미국 호텔 체인 매리엇인터내셔널은 작년 10월 기후현 미노카모시 등 14개 지역의 미치노에키에 호텔을 열었다.

2023년 가을까지 일본 전역에 29곳의 미치노에키 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미치노에키에 통신시설이 완비된 호텔을 결합해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