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정보 해킹…선거 다음날엔 언론 관계사 해킹 시도
해커들 이란에 체류 추정…당장 미국 법정 세우기 어려워
"미 대선판에 이란 해커 개입 시도…'트럼프에 투표' 협박"
2020년 미국 대선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 전 대통령의 재선을 노리고 이란 해커 일당이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수사당국이 밝혔다.

미 법무부는 해킹으로 유권자를 협박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한 혐의 등으로 이란 해커 2명을 파악해 기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포된 세예드 카제미(24)와 사자드 카시안(27)은 지난해 8∼11월 미국 대선 기간 당시 일부 주의 선거 홈페이지와 미디어 회사의 네트워크를 해킹하려고 시도하는 한편, 불법 취득한 유권자 정보를 활용해 특정 후보 투표를 조장하는 협박성 메일을 보내고 허위정보를 퍼뜨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 기간 11개 주의 선거 홈페이지를 뚫으려고 시도해 최소 1곳에서 1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 정보를 불법으로 내려받았다.

이 정보로 메일 수신자를 지정한 뒤 10월엔 민주당원 상당수가 포함된 유권자 수천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적을 바꾸라고 종용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또 같은 달 공화당 관계자 등에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를 보내 민주당이 유권자 등록 홈페이지의 보안 취약점을 활용해 우편투표를 조작한다거나 존재하지 않는 유권자까지 등록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메시지와 함께 보낸 비디오에서는 선거 홈페이지를 해킹해 부재자 투표 등을 조작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미 대선판에 이란 해커 개입 시도…'트럼프에 투표' 협박"
이들은 또 유권자 협박 메일에서는 자신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와 연계됐다고 소개하고 투표 조작을 연출한 비디오에는 단체 로고를 붙여 보냈다.

선거 다음 날인 11월 4일에는 허위정보를 퍼뜨릴 목적으로 미국 언론 기관에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의 네트워크도 침입하려 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측에 전달한 사전 경고로 실패로 돌아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에메네트 파사르가드(전 일레야네트 고스타르)라는 이란 정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이 회사는 과거 사이버 공격 이력으로 미국 제재를 피하고자 명칭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기소 이후 미 재무부는 이 회사와 연계된 6명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일당의 범행이 이란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재무부는 제재를 발표하면서 "국가 지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들은 현재 이란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당장 미국 법정에 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법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