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베이징나우입니다. 오늘은 중국 디스플레이 강자들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이 잡고 있었죠. 우선 TV에서 삼성과 LG가 글로벌 1~2위를 하다 보니 TV용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이 1등을 달렸고요. 스마트폰용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도 삼성과 LG가 워낙 경쟁력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엄청난 정부 보조금에 올라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에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뺏기는 건 뼈아픈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 파이를 가져가는지, 투자할 만한 대상인지를 분석해보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디스플레이 세계 1위 BOE
디스플레이 관련 기사를 좀 보신 분들은 BOE라는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1993년 베이징둥팡전자, Beijing Oriental Electronics 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습니다. 이 머리글자를 따서 BOE라는 이름이 됐는데, 지금은 별도 설명 없이 그냥 공식 영어 이름을 BOE라고 씁니다. 자칭 Best on Earth 라고도 한다 합니다.

중국이름은 베이징둥팡전자에서 가운데 세글자를 빼서 징둥팡이라고 합니다. 선전증시에 2001년 상장했고요 종목코드는 000725입니다. 시가총액은 1900억위안, 약 35조원 정도고 중국증시에서는 70위권입니다.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업체라는 위상에 비해서 시총은 좀 작아 보입니다.

주가수익비율, PER은 올해 예상실적 기준 8배입니다. 시총이 비슷한 중국 기술주들이 PER 100배, 200배 씩 하는 데 비하면 상당히 저평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주가가 실적에 비해 낮은 이유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PER이 이렇게 낮다는 건 투자 포인트로 고려할 만 해 보입니다.

주가는 최근 5위안선인데요, 지난 4월에 고점인 7위안을 찍고 내려와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상장 초기 2000년대 초반에는 20위안대를 넘었다가 최근 10년 넘도록 10위안을 못 넘고 있습니다.
아이폰13에도 OLED 공급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BOE에 대한 대표적 평가 중에 하나는 저가로 승부한다는 거였습니다. 패널 출하량 기준으로는 세계 1위지만 매출로는 아직 3위 밖에 못하는 게 워낙 저가 제품 위주라 그렇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애플 아이폰13에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폰13 출시 전에는 삼성과 LG만 공급하고 BOE는 애플의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아이폰13 공식 출시일인 9월까지는 스펙을 맞추지 못했는데, 한 달 넘게 빡세게 보완 작업을 벌인 끝에 최근 공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아이폰14 공급도 거의 확정 상태라고 합니다.
2020년 LG·삼성 제쳐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V용 대형 LCD 시장에서 작년에 BOE가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습니다. BOE 점유율은 2019년보다 2.2%포인트 올라서 22.9%가 됐고요, LG디스플레이는 6.7%포인트나 떨어져서 17.2%가 됐습니다. 대만 AU가 11.9%로 3등을 했고요. 또 중국 TCL이 8.8%로 삼성을 제치고 처음으로 5위에 들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폰용 OLED에 집중하고 있죠.

또 하나 중요한 영역인 스마트폰용 소형 LCD에서도 BOE가 삼성을 앞서서 1위에 올랐습니다. 점유율을 보면 BOE가 5.2%나 뛰어서 21.6%가 됐고 삼성은 7%포인트 내려서 19.6%가 됐습니다. 삼성은 아직 스마트폰용 OLED에서는 점유율 70% 이상으로 압도적인데요, BOE가 애플에도 OLED 공급을 시작한 걸 보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해 보면 BOE가 작년에 TV용 대형 LCD와 스마트폰용 소형 LCD에서 모두 1위를 했다고 하겠습니다.
대놓고 밀어주는 중국 정부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BOE는 베이징시가 지분 11%를 갖고 있는 국유기업입니다. BOE가 안후이성 허페이에 2016년에 건설을 시작해서 2018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10.5세대 LCD 라인이 있습니다. 여기에 총 460억위안을 투입했는데, BOE가 실제로 넣은 자금은 30억위안으로 전체의 6.5% 밖에 안 됐습니다. 허페이시가 210억위안, 44%를 넣었고요, 공공투자펀드가 60억위안, 은행 대출이 나머지 160억위안이었는데 대출도 정부가 보증을 섰습니다.

2010년대에는 이런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LCD 공장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2015년에 한 달에 LCD 패널을 51만장 정도 생산하는 캐파였는데 현재는 105만장으로 두 배 늘어났습니다.

2015년 이후로는 OLED 공장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2017년 청두 공장에서 월 300장 규모로 겨우 생산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월 10만장 규모가 됐고요 2025년에는 18만장 규모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새 공장을 착공하는 페이스인데요, 민간 기업이라면 이렇게 공격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정부가 대놓고 밀어주니까 이런 확장이 가능한 거죠.
투자 확대가 매출·이익 증가로 이어져
BOE는 지난 3분기에 매출 559억위안, 영업이익 108억위안을 올렸습니다. 작년 3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70% 커졌고요 영업이익은 12배 늘었습니다. 그동안 자기 돈을 조금 밖에 안 썼다고 해도 투자 건이 너무 많아서 이익률이 낮았는데, 이제 매출과 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이 작년 1300억위안이었는데 올해는 2000억위안, 내년 2300억위안, 2023년 2600억위안으로 전망됩니다. 영업이익은 작년 60억위안에서 올해는 320억위안이고요, 내년 360억위안, 2023년에는 400억위안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5% 아래에서 15%까지 뛴다는 얘깁니다.
미니 LED 기대주 싼안광전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다음 보실 종목은 LED 전문업체인 싼안광전입니다. 한국식으로는 삼안광전이라고 합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 종목코드는 600703입니다. 싼안광전은 최근에 소개시켜드린 중견 반도체 업체들인 기가디바이스나 윌세미컨덕터와 중국에서 위상이 비슷한 기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업 사이즈가 크지는 않지만 자기 영역에서 1~2위 자리를 확보한 기업들입니다. 중국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하는 ETF가 중국 증시에 상당히 많이 상장돼 있는데요, 각 ETF들이 빠짐없이 담는 종목 중에 하나입니다.

시가총액은 1600억위안 약 30조원이고 중국 증시에서 순위는 80위 안팎이고요. PER은 역시 높습니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78배, 내년 53배, 후년에는 40배입니다. 주가는 최근에 반등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월21일에 30위안 바닥을 찍고 최근 37위안대까지 올랐습니다.
커지는 글로벌 LED 시장
LED는 Light Emitting Diode, 빛을 내는 반도체죠. LED도 반도체니까 처음에 웨이퍼가 있어야 하고요, 이 웨이퍼를 가공하고 잘라서 LED 칩을 만들고, 이 칩을 모듈에 끼워서 조명 같은 게 되는 건데, 싼안광전은 LED 산업 사슬의 전단계인 웨이퍼와 칩 단계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중국 내 LED 칩 시장점유율은 28%로 1위입니다. 2위 화찬이 20%니까 격차가 좀 있고요.

LED가 국내에선 다른 반도체에 비해 주목을 잘 받지 못하고 있는데, 실제 글로벌 시장에선 스마트팜 시장도 커지고 전기자동차 시장도 커지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76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160억달러로 커질 전망입니다.
미니 LED 시장 선발주자
중국에 다 뺏기는 디스플레이…애플에까지 공급하는 BOE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싼안광전은 미니 LED라는 새로운 시장에 일찍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디스플레이를 좀 구분해 보면요, 먼저 크게 LCD와 OLED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LCD는 별도로 빛을 내는 광원이 필요하고요, OLED는 스스로 빛을 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LCD는 다시 빛을 내주는 광원이 형광등이냐 아니면 LED냐로 나눌 수 있고요, LED는 다시 LED를 평판 뒤에 놓느냐 가장자리에 놓느냐 이슈가 있었는데 좀 더 얇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자리에 놨습니다.

그런데 LED 칩 크기가 기존의 10분의 1 정도로, 칩 하나에 0.1밀리미터 크기로 작아지면서 두께 이슈가 해결되자 다시 평판 뒤에 놓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초소형 LED를 미니 LED라고 합니다.

또 마이크로LED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미니LED보다도 훨씬 작아서 사실상 자체 발광하는 OLED와 같이 묶기도 합니다.

싼안광전은 2017년부터 미니LED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로LED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고 시제품에도 탑재했습니다.

글로벌 TV업체들이 미니LED TV를 앞다퉈 내놓고 있고요. 미니LED TV 시장은 작년 50만대에서 올해 490만대로 열 배 가까이 커질 전망입니다. 싼안광전 뿐 아니라 한국의 서울반도체도 미니LED 시장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3세대 반도체도 개발
싼안광전은 LED의 첫 단계인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3세대 반도체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3세대 반도체는 소재에 따른 구분인데요, 1세대 반도체는 실리콘, 규소로 제작하고 여전히 전세계 반도체의 90% 이상인데, 발열과 중량 문제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카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2세대는 비소화갈륨 인듐 이런 걸 썼는데 환경 문제가 있고요, 지금 막 개발 단계인 3세대는 탄화실리콘, 탄화규소나 질화갈륨을 주 원료로 씁니다.

탄화실리콘 반도체는 작년에 7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했고 2030년까지 100억달러 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싼안광전은 2014년 질화갈륨 반도체 소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탄화실리콘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2022년 양산 예정이라고 합니다.

싼안광전이 3세대 반도체에서 성공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계속 높인다는 방침이고요. 중국 반도체 육성 펀드, 이른바 빅펀드가 2015년에 싼안광전 지분을 8% 인수하면서 3세대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고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보입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