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출신 거물 장상이 1년 못 버티고 나가…CEO와 갈등설
중 반도체 첨병 SMIC '내분'…'구원투수' 영입 부회장 사퇴
중국이 간절히 바라는 '반도체 자립' 실현의 첨병 역할을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구원 투수'로 영입했던 반도체 업계 거물 장상이(蔣尙義)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SMIC는 11일 밤 장상이가 이날자로 부회장 직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장 전 부회장이 가족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직한다고 설명했지만 외부에서는 SMIC 고위층 간 내분에 따른 결과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SMIC는 첨단 미세 공정 개발의 돌파구 마련에 큰 기대를 걸고 작년 12월 TSMC 출신인 장상이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러자 2017년부터 SMIC를 이끌던 같은 TSMC 출신 량멍쑹(梁孟松) 최고경영자(CEO)가 이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SMIC의 최고 경영진 간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량 CEO는 이사회의 만류로 사임 의사를 접기는 했지만 새로 영입된 장 부회장 측과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SMIC 내부에서 량멍쑹과 저우쯔쉐(周子學) 당시 회장, 공동 CEO 자오하이쥔(趙海軍) 간의 불화는 공개적인 비밀"이라며 "장상이가 떠난 것은 량멍쑹이 이끄는 선진 공정 개발팀이 회사 내부에서 더욱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런 내부 갈등설 속에서 지난 2015년부터 6년 동안 SMIC를 이끌면서 장 부회장 영입에 앞장선 저우쯔쉐도 지난 9월 '개인 사유'로 사임했다.

회장이 공석인 가운데 장상이까지 사퇴하면서 SMIC의 최고 경영진 공백 현상이 심화하게 됐다.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가오융강(高永崗)이 회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장상이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의 거물 중 한 명으로 통한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97년 TSMC에 들어가 2013년 퇴직했고, 2015년까지 2년간 고문으로 더 일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더불어 미국의 핵심 표적이 돼 다층적 제재를 받아 어려움에 빠진 SMIC가 장상이 영입을 통해 첨단 미세 공정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SMIC는 중국의 거의 유일한 대형 파운드리로 중국이 '반도체 자급'의 명운이 이 회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미국은 작년 9월부터 이 회사의 첨단 미세공정 개발 저지에 초점을 맞춘 제재망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SMIC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와 각종 재료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회로선 폭이 좁은 14㎚ 이하의 선진 미세 공정일수록 미국의 기술 없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기가 더욱 어렵다.

SMIC는 첨단 미세공정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겨우 생산하기 시작했고, 2021년과 2023년 각각 10㎚, 7㎚ 미세 공정의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터여서 공급사슬과 자금줄을 모두 끊으려는 미국의 제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대규모 직접 투자를 단행하고, 파격적 세제 혜택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SMIC를 필사적으로 육성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