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으로의 복귀냐.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냐.’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크게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초저금리 등의 ‘극약처방’으로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최근 빠르게 치솟는 물가와 공급망 병목 현상, 원자재 부족, 구인난 등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경제 정상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겹겹이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상 셈법 복잡해졌다

금리 인상 최적의 타이밍은

WSJ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시점이 너무 늦으면 물가와 임금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다.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게 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도 기준금리(연 0~0.25%)는 유지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앞날을 전망하면서 정책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며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했다. 지난주 기준금리(연 0.10%)를 올릴 것으로 강하게 예상됐던 영국 중앙은행(BOE)도 결국 인상 시점을 미뤘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공급망 병목 현상도 금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까지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급망 혼란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미국은 6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자의 지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증가했고, 공급망 혼란으로 지난 9월 물가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인 5.4%까지 치솟았다.

복잡해지는 고차방정식

구인난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도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민간 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 대비 4.9% 올랐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15년간의 평균 임금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쿠퍼스탠더드홀딩스의 제프리 에드워드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에너지 운송 노동력 등 모든 부문에 확산해 있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상쇄하지 못해 힘든 시기”라고 호소했다.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고객사로 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하인체그루페는 지난 9월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올해 내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자재 공급난,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일부 자동차 회사 공장이 잇따라 멈춰섰기 때문이다. 조르그 틸메스 하인체그루페 CEO는 “25세 때부터 자동차업계에서 일해왔는데 지금처럼 상황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세계 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본 금융기업 노무라에 따르면 중국은 성장률이 지난 몇 분기 동안 3~4%로 낮아졌다.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 및 부동산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성장 둔화는 더 큰 폭으로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