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감청내용 방송 보도…체제전복 시도 정황
정보당국 "극우단체 테러위협, IS와 똑같이 상향조정"
"기차 탈선시켜 경제붕괴" 미 백인우월주의 섬뜩한 테러모의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올해 초 버지니아 리치먼드에서 열린 총기 옹호 집회를 전후해 대규모 테러 행위를 모의했던 정황이 공개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약 한 달 동안 비밀리에 감청한 백인우월주의자 단체 '더 베이스'(The Base)의 대화 내용 테이프를 입수해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에는 미국 내 불법체류 중인 캐나다군 출신 패트릭 매슈스와, 자칭 '백인 민족주의자' 브라이언 램리가 '미국 정부의 붕괴', '백인 위주의 국가 건설'등을 위해 인프라 시설물 파괴 등 테러 행위를 모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램리는 녹음에서 "누군가의 피를 우리 손에 묻히지 않는다면, 우리끼리 어울려 살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대도 체제가 붕괴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것이다.

새로운 어떤 체제가 들어서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매슈스는 "불안 사태를 일으키고, 기차를 탈선시키고 고속도로도 차단하는 거다.

다른 도로도 폐쇄해버리고 미국의 경제 붕괴를 일으키자. 몇 주 만에 '부갈루'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부갈루'는 미국 내 극우주의자들의 반정부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기차 탈선시켜 경제붕괴" 미 백인우월주의 섬뜩한 테러모의
FBI는 리치먼드에서 총기 시위가 벌어지기 전에 이들을 체포했다.

이들의 자택에서는 탄약 1천500발과 비상용 식량 등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이들이 속한 모임 '더 베이스'는 2018년부터 미국과 해외에서 온라인 채팅방, 개별 모임, 군대식 훈련캠프 등에서 회원을 모집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단체의 활동이 부쩍 늘어난 미국에서는 국내의 테러 위협이 외부 위협만큼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티머시 랜건 FBI 대테러 부 부국장은 이날 하원 정보소위원회에 출석해 "인종 관련 극단주의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FBI는 이들 극단주의자의 테러 위험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동등한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랜건은 FBI가 최근 18개월 새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의 폭력행위와 관련한 수사 2천700여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이들이 18개 종교시설에 대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으며, 이런 행위로 사망자만 70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존 코헨 국토안보부 정보분석 차관대행도 같은 회의에 출석해 "인종우월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국내의 가장 큰 테러 위협요인"이라며 "단독범들, 소규모 그룹들, 극단주의 사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