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기본적인 근무 형태로 정착하면서 일본 도쿄의 사무실 임대료가 10년 만에 처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하반기 도쿄의 오피스 임대료 지수가 154.7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6포인트 떨어졌다고 4일 보도했다. 오피스 임대료 지수는 1985년 2월의 가격을 100으로 놓고 이후의 임대료 변화를 나타낸 수치다.

도쿄의 오피스 임대료 지수가 전년보다 내려간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하반기 이후 10년 만이다. 오사카의 신축 오피스 임대료 지수도 188.91로 작년 동기보다 13.8포인트 하락했다.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일본의 오피스 임대 시장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를 계기로 상승했다. 도쿄 등 대도시를 기준으로 2019년까지 호황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꺾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기업들도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재택근무의 정착으로 사무실이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게 되자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오피스 임대료 삭감과 면적 축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야후재팬은 이달까지 도쿄 오피스 면적을 40% 줄이기로 했다. 농기계 전문회사 구보타도 분산돼 있는 사무실을 도쿄 본사로 축소 재편한다.

오피스 중개업체 미키상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도쿄 도심의 공실률은 6.43%로 7년여 만의 최고치를 이어갔다. 공급 과잉의 기준인 5%를 8개월 연속 웃돌았다.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이전에 착공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차례로 완공될 예정이어서 임대료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