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한국서 출시…"텐센트 타격"
'中 허가 기다리다 지쳐'…美 에픽게임스 중국 출시 포기
중국이 신규 게임 허가를 중단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중국 시장 진출을 기다리던 세계적 인기 게임들이 잇따라 중국 시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기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미국 에픽게임스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중국에서 '포트나이트' 시험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픽게임스는 "'포트나이트'의 중국 베타 테스트가 끝이 났다"며 "11월 15일 오전 11시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며 이용자들은 더 이상 접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타 테스트란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을 상용화하기 전에 이용자의 피드백 등을 위해 실시하는 서비스다.

에픽게임스는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와 손잡고 2018년 중국에서 '포트나이트'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며 정식 허가가 나기를 기다려왔다.

지난해 미국 법원 자료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월간 이용자가 약 8천40만명이며, 2018∼2019년 91억 달러(약 10조 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의 대니얼 아마드 분석가는 '포트나이트' 같은 전투게임은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허가를 얻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AFP에 "에픽게임스가 중국에서 허가를 얻기 위해 '포트나이트'의 폭력성을 여러 차례 완화하는 수정 작업을 거쳤음에도 허가가 나지 않아 텐센트와 에픽이 이 시점에서 게임 출시를 중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이용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포트나이트 철수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AFP는 "많은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은 웨이보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들이 공들여 쌓은 게임 실적을 중국 바깥 서버로 옮겨줄 것을 에픽게임스에 요청하는 청원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中 허가 기다리다 지쳐'…美 에픽게임스 중국 출시 포기
에픽게임스가 중국 시장 진출 포기를 발표한 날 한국의 넥슨은 네오플이 개발한 2차원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내년 1분기에 한국에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넥슨이 중국 시장 진출을 기다리다 허가가 나오지 않아 한국에서 먼저 해당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현재 국내외에 7억 명의 유저(이용자)를 보유했으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넥슨의 중국 파트너도 텐센트다.

텐센트는 2008년 '던전앤파이터' PC 버전을 중국에 출시했으며 최근 2년간 해당 게임으로 약 70억달러(약 8조 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당국이 게임 허가와 콘텐츠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 계획은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픽게임스의 시험서비스 중단 결정과 넥슨이 중국 시장을 건너뛰기로 한 것은 매출 면에서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텐센트가 가장 기다려오고,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했던 두 개의 게임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中 허가 기다리다 지쳐'…美 에픽게임스 중국 출시 포기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매튜 캔터먼 분석가는 SCMP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포트나이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출시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한국에서 출시하는 것은 지금 중국에서 게임 허가를 받는 게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둘은 텐센트가 중국에 들여와 높은 수익을 얻고자 했던 게임들"이라고 말했다.

SCMP는 중국 게임 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7월 말 신규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중단한 이후 100일이 지났으며 이는 2018년 9개월간 중단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라고 밝혔다.

캔터먼 분석가는 현재 중국 정부는 게임 관련 새 규정의 이행에 집중하고 있어 "신규 게임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 관영지인 경제참고보는 지난 8월 '정신적 아편'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텐센트 등 게임 관련 기업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실어 파문을 일으켰고, 이후 당국은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주말과 휴일에 한정해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