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전 대기업 미쓰비시전기가 70여 년 만에 TV 시장에서 철수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린 일본 전자업체들이 차례로 발을 빼면서 일본의 TV 브랜드는 소니와 파나소닉 두 곳만 남게 됐다.

미쓰비시전기는 LCD TV 사업을 축소한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 9월부터 가전양판점 납품을 중단했고, 계열 전자제품 대리점 출하도 2024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한다.

시장에선 미쓰비시전기가 TV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TV사업부를 매각하는 대신 청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부터 TV를 생산한 미쓰비시전기는 2004년 LCD TV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2010~2011년에도 일본 시장 점유율이 3.5%에 그쳤다. 지난해 점유율은 1.9%까지 떨어졌다. 샤프(23.5%) 소니(17.6%) 도시바(17.5%) 파나소닉(12.6%) 등에 완전히 밀렸다.

미쓰비시전기는 최근 철도차량용 공조장치의 성능 검사 결과를 수십 년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7월 스기야마 다케시 미쓰비시전기 사장이 사임하고 회사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TV사업부는 적자 사업부로 분류돼 정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전기의 철수로 일본 TV 생산업체는 샤프 소니 파나소닉 등 세 곳만 남는다. 2016년 대만 폭스콘에 매각된 샤프를 제외하면 순수 일본 기업은 두 곳으로 줄어든다.

일본 전자 대기업들은 2000년 이전까지 세계 TV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LCD 생산에서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선 삼성전자(18.9%) LG전자(14.9%) 중국 TCL(9.8%) 중국 하이센스(7.8%) 등 한국과 중국 기업이 1~4위를 차지했다.

경쟁에서 밀린 일본 기업들은 잇따라 TV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2018년 TV 생산을 중단했다. 1965년 일본 최초의 컬러TV를 개발한 도시바도 2018년 TV사업부를 중국 하이센스에 매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