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베이징시 차오양구 주민 정보원 19만명…월 2만여건 신고"
이곳에 가면 사방에 감시의 눈길이…中 리윈디 성매매도 신고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리윈디(李雲迪·39)가 성매매 혐의로 공안에 붙잡힌 가운데 그를 신고한 '차오양 군중'(朝陽群)의 존재가 새삼 주목받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21일 베이징시 차오양구 공안은 주민 신고를 받고 관내 한 주택 단지에서 성매매를 한 남성과 여성 한 명씩을 붙잡았는데 성매수 남성이 리윈디였다고 밝혔다.

SCMP는 리윈디 사건을 계기로 그를 경찰에 신고한 차오양구 주민 정보원을 뜻하는 '차오양 군중'이라는 단어가 지난주 다시 부상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세계 4대 정보기관으로는 미국 CIA, 영국 MI6, 구소련 KGB, 이스라엘 모사드가 꼽히지만, 중국인들은 '차오양 군중'을 세계 5대 정보기관이라고 농담삼아 부른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시의 가장 큰 구인 차오양은 유명 상업지구로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해있고 최고급 아파트와 쇼핑몰이 들어 있어 유명인과 기업인들이 늘상 목격되는 곳이다.

'차오양 군중'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회자되기 훨씬 이전인 1974년 관영 인민일보는 '중국 군중'이 구소련 간첩들을 잡아내기 위해 경찰에 어떻게 협조 했는지를 설명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인민일보는 "간첩들은 자신들의 어둠 속 은밀한 거래를 누구도 모를 것이라 여기지만 얼마나 바보 같은가.

그들의 범죄 활동은 중국 군중의 날카로운 눈에 걸려들었다"고 썼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군중'이라는 용어가 현재의 '차오양 군중'의 전신일 수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 중국 경찰은 주민 정보원의 개념으로 '군중'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경찰은 2013년 유명 블로거 쉐만쯔(薛蠻子)를 성매매 혐의로 체포하면서 그를 신고한 군중에 감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후 '차오양 군중'이라는 용어가 주민 정보원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2014년 홍콩 스타 청룽(성룡·成龍·재키 찬)의 아들 팡쭈밍(房祖名)이 베이징시에서 마약혐의로 체포된 것을 포함해 유명인들이 하나둘씩 이들 정보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베이징 사이버경찰은 인터넷 사기, 음란물, 온라인 도박, 마약 거래 등을 잡아내기 위해 정보원으로 뛸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고 2015년까지 3천명이 합류했다.

2017년 베이징 경찰은 '차오양 군중'이라는 모바일 앱을 선보이며 주민들이 더욱 손쉽게 경찰에 제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국공산당 베이징 정치·법률위원회가 2018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차오양구에는 구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약 19만명의 자원봉사자가 공안 유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 2만여건의 제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SCMP는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러한 감시체제가 악성 고발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대중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