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6%대 성장세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3분기 2.0%로 고꾸라진 것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겹치면서 소비지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연말 쇼핑시즌 등에 힘입어 성장 모멘텀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상보다 더 부진한 경제 성적표

공급망 쇼크에 잘나가던 美경제 '급브레이크'…3분기 성장률 2%로 뚝
미국 상무부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2.0%(연율 기준 속보치)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깜짝 성장했던 1분기(6.4%)와 2분기(6.7%)보다 크게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8%에도 못 미쳤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수치다.

미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 증가율이 12%에 달했던 2분기보다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상품 소비는 가전제품 등에 대한 지출이 26.2% 줄어들어 9.2% 감소했으며 서비스 지출 증가율은 7.9%로 2분기(11.5%)보다 뒷걸음질쳤다. 정부 지출은 4.7%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를 돕기 위한 부양책인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구인난·공급망 혼란이 원인

3분기 성장률이 곤두박질친 원인으로는 델타 변이와 구인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목된다. 지난 9월 미국의 전월 대비 신규 비농업 고용자 수는 19만4000명에 불과했다. 시장 전망치(50만 명)를 크게 밑돈 수준으로 ‘고용 쇼크’라고 불린 8월(36만6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기업들은 웃돈을 주면서 직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내년 여름부터 바리스타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현재 14달러에서 17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200달러의 직원 소개 보너스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9월부터 최저시급을 15달러에서 18달러로 올리고 2000달러의 입사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어져 최근 미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 3분기 북미지역 차량 출하량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역 근로자가 부족해 현재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앞바다에서 하역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화물의 가치는 262억달러(약 30조8000억원)에 달한다.

4분기에는 성장 모멘텀 회복할 듯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잡히고 있는 데다 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소비가 폭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윗 케베데 미국 전국신용협동조합(CUN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소비자들이 대면 서비스업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이라며 “4분기에는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물류업체 UPS의 브라이언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 수요는 4분기에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이전보다 크게 감소한 것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더한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0월 17~2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9000건 줄어든 2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다.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소속 이코노미스트 넬라 리처드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치에 근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 회복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WSJ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의 약 45%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