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15% 이상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인상이 힘들어지자 이른바 ‘억만장자세’에 이어 대기업 증세를 통해 인적 인프라 예산 재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 내에서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대기업에 이익의 최소 15%를 법인세로 부과하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이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론 와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3년 연속 연 1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내는 200개 기업을 법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미국 법인세율은 21%이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투자와 스톡옵션 등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각종 감면 조항을 통해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예컨대 아마존은 2018년 1억2900만달러의 공제를 받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법이 도입되면 해당 요건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감면 조항에 관계없이 이익의 최소 15%를 법인세로 납부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법안이 통과되면 10년간 3000억~4000억달러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법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글로벌 법인세 최저 세율을 15%로 정하는 것과는 별개 사안이다. 글로벌 최저 세율은 미국 기업의 해외 법인이 해당 국가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최소 15%를 내는 것이다. 반면 이번 법안은 미국에서 대규모 이익을 내는 기업에 15% 이상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WSJ는 “미국 내 유통기업보다 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과 제조업체가 주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슈퍼부자들의 주식과 채권 평가 차익에 최고 23.8%(자본이득세+부가세)의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 도입도 추진 중이다. 약 700명이 대상으로 상위 억만장자 10명이 절반 이상의 세금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자산 1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법 시행 후 첫 5년간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500억달러를 내 가장 많이 부담할 것으로 추산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440억달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290억달러),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290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인프라 법안 패키지 최종안을 확정해 이달 내 처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