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英왕실마차 타고 버킹엄궁에 나타난 한국의 '김선비'
김건 영국 주재 한국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신임장을 전달했습니다.
영국에선 외국에서 부임한 대사가 여왕에게 신임장을 낼 때 왕실 예법에 따라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을 다녀옵니다.
김 대사도 켄싱턴 공원 근처 관저에서 덮개가 없는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 가서 윈저성에 머무는 여왕을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신임장 제정 행차는 왕실 의전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이뤄집니다.
시간 맞춰 왕가 문양이 있는 마차 두 대가 관저 앞에 나타나고 대사 부부와 수행하는 대사관 직원들이 나눠 탔습니다.
김 대사는 한복에 도포를 입고 한국에서 장만해온 갓을 썼습니다.
직원들도 연미복을 맞춰입고 모자를 썼습니다.
마부의 화려한 붉은 코트가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
앞 뒤에선 기마 경찰이 마차를 지킵니다.
버킹엄궁 앞에 나타나는 마차 행렬은 영국으로선 왕실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보이는 기회이자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여왕을 만난 뒤 관저로 돌아와서는 관례에 따라 수고한 말들에게 신선한 당근을 특식으로 선물하고 마부에겐 차를 한 잔씩 건냈습니다.
마차를 끈 말들에게 당근을 먹이는데 영국 측에서 경찰이 탄 말들도 챙겨줘야 한다고 귀띔을 합니다.
영국 주재 대사들은 다들 거치는 의례적인 행사이지만 이날은 특히 두가지 이유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95세 여왕이 하루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처음으로 치른 공식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짙은 푸른색 도포에 갓을 쓴 김 대사의 차림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날 BBC,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들도 여왕이 신임장을 받는 일정을 소화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다들 김 대사가 여왕을 만나는 사진을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대사가 전통 모자인 '갓'을 포함해서 전통 복장을 입었다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김 대사는 여왕이 복장에 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왕실과 외교부 인사들이 장식용 갓 끈에 관해 궁금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왕은 예전에 안동을 방문해 환대받은 일을 꺼내면서 생일에 맞춰 오는 안동 사과를 맛있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대사는 전했습니다.
또, 기후변화 대응에 관해 강조하고 한국의 상황을 궁금해했으며, 한영 양자관계 강화 필요성에도 동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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