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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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조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한 볼리비아의 11세 소녀가 낙태마저 할 수 없는 진퇴양냔의 상황에 빠졌다.

볼리비아 EFE 등 외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에 사는 11세 소녀는 5개월 전 61세의 의붓할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

이후 피해 소녀는 친척 중 한 명에게 태동을 털어놨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친척 여성이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은 낙태 수술을 계획했고 임신중절 약까지 한 차례 복용시켰다. 그러나 돌연 가족들이 마음을 바꿨고, 피해 아동의 낙태 수술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피해 아동은 임신을 이어가겠다는 서류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다.

아이의 임신 사실을 처음 알고 병원에 데려갔던 친척 여성은 “어린 아이에게 임신 9개월을 버티게 하는 것은 범죄나 고문과 다름없다”고 만류하고 있다.

피해 아동의 가족이 낙태 반대를 선택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가족의 입장 변화가 볼리비아 가톨릭교회의 영향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볼리비아 현지 가톨릭은 “두 생명(성폭행 피해자와 태아)을 구하고 보살피고 사랑으로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며 낙태 금지를 주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 사법 당국은 2017년 엄격한 낙태 금지를 완화했다. 17세 이하 소녀 및 학생의 경우 임신 8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며, 성폭행 또는 근친상교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가 허용된다.

한편 11세 의붓 손녀를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61세 남성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