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생산 공정에서의 필수 원자재인 고순도 석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다. 중국이 세계 태양광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고순도 석영 수출 제재 조치를 내리면 중국 태양광업계가 타격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고순도 석영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다국적 광산업체 유니민과 더쿼츠코프가 소유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광산이 고순도 석영 최대 산지다. 중국의 고순도 석영 자체 생산량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고순도 석영은 첨단 폴리실리콘 공정에서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고순도 석영은 폴리실리콘 성분을 녹이는 도가니 역할을 한다. 고순도 석영 없이도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져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고순도 석영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중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 지역의 5개 폴리실리콘 업체를 상대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 업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도 금지했다. 하지만 고순도 석영은 여전히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순도 석영이 태양광 패널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원자재가 아니어서 미국 정부의 관심이 적고, 5개 업체가 아닌 다른 중국 업체에 우회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순도 석영에 대한 높은 미국 의존도가 중국 태양광업계의 뇌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45%가 신장에서 생산될 정도로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미국이 고순도 석영 수출 제재 조치를 내리면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중국은 고순도 석영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중국 최대 고순도 석영 생산업체 장쑤퍼시픽쿼츠는 올해 고순도 석영 생산량을 5000t 늘려 총 2만t을 생산하기로 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 광산 생산량인 20만t의 10%에 불과하다. 로버트 구딘 미국 지질조사국 광물상품 전문가는 “순도가 높은 석영이 있는 광산은 드물다”며 “품질이 낮은 석영으로는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