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4년 만에 '국가비상사태' 해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인권 탄압의 도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 비상사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했다.

26일(현지시간) 이집트 국영 일간 알아흐람 등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국가 비상사태를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집트는 위대한 국민과 충성스러운 사람들 덕에 역내 안보와 안정의 오아시스가 되었다"며 "그래서 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사태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지난 몇 년간 모든 발전 노력에 진심으로 참여한 이집트 국민에 의해 내려졌다"며 "영웅적인 순교자들을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정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인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었던 지난 2013년 7월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다.

2014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고, 2018년 3월 대선에서는 무려 9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9년 4월에는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을 2차례까지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처리함으로써 장기 집권의 길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집권 후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야권을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특히 2017년 테러 조직 등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지금까지 3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

비상사태하에서 이집트 당국은 집회를 금지하고 무기한 구금 심문도 할 수 있었다.

통신 감청과 일반 시민에 대한 사찰, 언론 검열도 가능했다.

비상사태 선포 전후 이집트 보안군은 시나이반도 북부, 리비아와 접경한 서부 사막 등에서 이슬람국가(IS) 등과 연계된 무장세력을 토벌했다.

이런 가운데 표면적으로는 이집트의 치안상황이 개선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엘시시 정권의 법외 처벌 등 인권탄압을 강력하게 성토해왔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이집트에 대한 3억 달러(약 3천500억 원)의 국방원조 가운데 1억3천만 달러(약 1천500억 원)의 집행을 보류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일단 엘시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전반적인 인권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집트의 유명 인권운동가인 호삼 바가트는 트위터에 "비상조치 해제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비상사태하에서 진행되어 온 다수의 재판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중동 민주화 프로젝트의 에이미 호손 국장은 "이번 조치는 순전히 겉치레일 뿐이다.

이미 엘시시는 (인권 탄압에) 필요한 힘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