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중신궈지)의 공급업체에 일부 제품 및 기술의 판매를 허가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 의회에선 정부의 안보 의식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 상무부는 화웨이 공급업체에 113건, SMIC 공급업체에 188건의 수출 면허를 발급했다. 규모로는 각각 610억달러(약 71조8900억원), 420억달러에 달한다. 화웨이 공급업체의 경우 수출 요청의 69%, SMIC 공급업체는 수출 요청 중 90% 이상이 승인을 받았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정부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업체가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SMIC도 지난해 12월 기술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

미 정부의 수출 허가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의회의 매파(대중국 강경파)들이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 및 안보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또 다른 예”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매콜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이 어떻게 적에게 기술을 넘기고 있었는지 투명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는 수출 허가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문제를 정치화하고 국가안보에 대한 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