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이름을 직접 쓰는
아날로그 투표 70년째 고수

보호 캡 씌워 유권자에 지급
"인력·예산낭비" 비판 쏟아져
연필 깎는 지자체 공무원들.  ANN방송 캡쳐

연필 깎는 지자체 공무원들. ANN방송 캡쳐

이달 31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군마현의 한 시청 공무원들이 투표에 쓰일 연필 11만3000개를 하나씩 깎는 모습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TV아사히에 따르면 군마현 오타시는 코로나19 감염방지 대책으로 유권자가 투표장에서 사용하는 연필을 가져가도록 결정했다. 이를 위해 오타시는 유권자 숫자에 맞춰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연필 11만3000개를 주문했다. 당초 주문량은 10만3000개였지만 전날 시작한 사전투표를 위해 긴급히 연필 1만 개를 추가 구입했다.

시청 직원들이 둘러앉아 1만 개의 연필을 자동 연필깎이로 깎고, 1개씩 보호 캡을 씌우는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인력과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일었다. 오타시가 구입한 항바이러스 연필의 소비자 가격은 12개들이 1박스가 700엔 안팎이다. 11만3000개를 구입하려면 660만엔(약 6800만원)이 든다.

사전투표에 쓰일 연필 1만 개는 관련 직원이 총동원돼 시간 내 모두 깎았지만 오타시 공무원들은 이달 31일까지 10만3000개의 연필을 더 깎아야 한다고 TV아사히는 전했다.

오타시는 유권자가 사용한 연필을 일일이 소독하는 데 비하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오타시 관계자는 “지난 4월 시장 선거에는 유권자가 사용한 연필 1만 개를 하나씩 소독하느라 인력과 노력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지는 건 일본이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직접 쓰는 ‘자필 기술식’ 투표 방식을 70년 넘게 고수하고 있어서다. 일본 공직선거법 46조는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1명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일본 정치인은 자신의 이름을 쓰기 쉬운 한자나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세습 의원이 자식 이름을 ‘이치로’ ‘다로’와 같이 외우기 쉽게 짓는 것도 투표 방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자필 기술식은 획 한 자만 잘못 써도 무효 처리되는 만큼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유권자로서도 번거롭다는 지적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에도 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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