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병력규모 공개"
베이루트 총격 배후로 기독교계 정당 지목…"오판하지 말라" 경고도
헤즈볼라 "우리 병력 10만 명"…레바논군보다 많다?

베이루트 대폭발의 진상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총격전 이후 레바논 내전 재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처음으로 자체 병력 규모를 공개했다.

특히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규군보다도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독교계 정당을 재차 총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전날 연설을 통해 훈련받은 병력 1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적과 싸우기 위해 모집한 병력이 10만 명"이라며 "이들을 내전으로 끌어들이려는 세력이 도대체 누구냐"고 말했다.

나스랄라의 주장을 즉각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는 레바논의 현역병 규모보다 많은 것이다.

레바논의 현역병 규모는 대략 8만5천 명, 예비군은 15만 명 선으로 추산된다.

나스랄라는 "처음으로 병력 규모를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내전을 하겠다는 위협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랄라는 또 헤즈볼라가 지난 14일 벌어진 베이루트 총격전의 배후로 지목했던 기독교계 정당 '크리스천 레바논 포스'(CLF 또는 LF)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LF의 진짜 계획은 내전이다.

레바논 평화의 최대 위협요인은 LF다"라며 "오판하지 말라. 현명하게 행동하고 (과거) 전쟁으로부터 배우라"고 경고했다.

나스랄라의 이날 발언은 베이루트 총격전을 둘러싸고 정파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14일 베이루트 남부 타유네에서는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당인 아말 운동이 주도한 시위 도중 총격전이 벌어졌다.

헤즈볼라 "우리 병력 10만 명"…레바논군보다 많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진상조사 책임자인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겨냥한 첫 저격수 총격 이후 헤즈볼라 대원들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죽고 30여 명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즉각 LF를 총격의 배후로 지목했고, LF는 부인했지만 이후 정파 간 분쟁에 따른 내전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지난해 8월 큰 폭발이 일어나 214명이 숨지고 6천여 명이 부상했다.

사법당국은 인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을 항구에 방치한 책임이 있는 관리와 정치인 등의 조사를 추진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은 트집을 잡아 조사를 방해해왔다.

헤즈볼라는 장기 내전(1975∼1990년)이 진행 중이던 1980년대 초중반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세에 저항하자는 취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무장정파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창설 시기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980년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활동을 해왔고, 내전이 끝난 이후에는 권력분점에 합의한 주요 정파 가운데 하나로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연대 세력으로는 시아파 정당인 아말 운동 이외에 현 대통령인 미셸 아운이 이끄는 최대 기독교계 정당인 자유애국운동(FPM) 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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