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반도체 공급난에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마그네슘 쇼크’라는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알루미늄 합금을 생산하기 위해선 마그네슘이 필요한데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으면서 제련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의 87%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마그네슘 생산량 급감

19일 중국 금속전문 플랫폼 상하이메탈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마그네슘 잉곳(금속 덩어리) 공장 가동률은 50.4%로 전달보다 11.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가동률은 20%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극심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역의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마그네슘 생산도 타격을 받았다. 중국산 마그네슘 잉곳의 54%는 산시성에서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산시성은 올해 말까지 50개 마그네슘 제련소 중 35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문을 연 제련소도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에너지 소비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마그네슘 산지가 가동을 멈추자 가격은 급등했다. 8월 초 t당 2만위안에 거래되던 마그네슘 가격은 지난달 말 6만3000위안까지 급등했다. 최근에는 4만8000위안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원료값이 치솟자 마그네슘 합금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중국의 마그네슘 합금 공장 가동률은 지난 8월 기준 28.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포인트 떨어졌다. 비용 압박에 생산을 멈추는 곳이 늘면서 지난달 1만5400t이던 합금 생산량은 이달 1만4500t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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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생산도 직격탄

마그네슘 생산 차질의 여파는 산업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마그네슘은 건축용 자재는 물론 비행기,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생산에 활용된다. 금속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주물(다이캐스팅) 작업에 마그네슘이 쓰인다. 철과 강철을 생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그네슘 부족에 알루미늄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알루미늄 빌릿(가공용 덩어리)을 만들 때 마그네슘과 규소는 합금 원소로 쓰인다. 캐나다 금속기업 마탈코는 지난 13일 “사용할 수 있는 마그네슘이 거의 바닥났다”며 “극심한 부족이 계속되면 내년 알루미늄 생산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차량용 기어박스, 시트프레임, 연료탱크 커버, 핸들 조향축 등을 대부분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조하기 때문이다.

아모스 플레처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알루미늄 시트나 빌릿을 생산할 때 마그네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마그네슘 수요의 35%는 차량용 시트 제작을 위한 것으로 마그네슘 공급이 멈추면 자동차산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 완성차업계의 생산량 추정치를 재산출해야 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中 증산 결정만 바라보는 유럽

마그네슘의 보관 기간이 짧은 것도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3개월 만에 산화돼 중국이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재고를 확대하는 게 쉽지 않다. 마그네슘 공급량의 95%를 중국에 의존하는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 내 마그네슘 공장은 2001년 가동을 멈췄다. 값싼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다.

독일 비철금속무역단체인 WV메탈은 최근 정부에 “중국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독일과 유럽 전역의 마그네슘 재고량이 11월 말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항공기 전기자전거 건설 포장 기계 등 모든 알루미늄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 철강그룹 리오틴토, 알코아 등이 소속된 유러피언알루미늄도 다음달께 마그네슘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와 각국 정부가 중국에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