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수요가 늘면서 최근 시장에서는 새로운 친환경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조달한 자금을 해양 생태계 보호와 오염 방지에 쓰겠다는 블루본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ESG 투자 열풍이 해양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그 사례로 블루본드를 들었다. 그동안 기업 등이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은 그린본드(녹색채권)로 통칭돼 왔다. 최근 들어 그린본드라는 명칭 대신 블루본드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내세우며 ESG 투자자의 이목을 끌려는 시도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컨테이너선사인 시스팬은 지난 7월 7억5000만달러(약 8840억원) 규모의 블루본드를 발행했다. 시스팬의 목표는 5억달러였는데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액을 늘렸다. 시스팬은 블루본드로 발행한 자금을 저탄소 선박 확보에 쓸 계획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해운기업이 블루본드를 발행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운업계에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선박 확보를 위한 자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블루본드의 시작은 2018년이다. 당시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은 1500만달러어치 블루본드를 발행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은행이 블루본드를 발행한 사례가 있다. 니컬러스 파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금융부문 대표는 “블루본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기금 등의 ESG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친환경 채권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 기업과 정부가 발행한 그린본드는 411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연간 실적(2340억달러)을 이미 추월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매수자가 많다 보니 그린본드를 찍는 데 부담도 덜하다. 하지만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과 별 관련 없는 사업에 쓰는 이른바 ‘무늬만 그린본드’가 많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