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보조금 무기로 주권 협박한다" 강하게 비난
EU와 갈등에 폴란드에선 '폴렉시트' 반대 대규모 시위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충실한 회원국으로 남겠지만 EU가 강압적으로 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법치주의 공방으로 EU와 폴란드 간 갈등을 빚는 가운데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EU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EU가 비민주적인 슈퍼국가로 변해 회원국의 주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EU가 자유롭고 평등한 주권국가의 동맹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하나의 중앙집권 기구로 점점 변하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U가 보조금을 '무기'로 폴란드를 '협박'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달 20∼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폴란드 측의 이 같은 입장은 EU와 갈등 완화의 여지를 두면서 보조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극우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폴란드는 성소수자 인권을 무시하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며 언론을 탄압하는 등 EU가 요구하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U와 충돌' 폴란드 총리 "EU에 남겠지만 주권침해는 거부"
폴란드의 우파 집권당 '법과 정의당'(PiS)은 2018년부터 하원이 법관을 인선하는 위원회의 위원을 지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렇게 되면 여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을 터주는 셈이어서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폴란드의 이 정책이 EU법을 위반했다면서 제동을 걸자 폴란드 정부는 지난 7월 ECJ 결정과 폴란드 헌법 중 어느 것이 상위법인지를 가려달라며 폴란드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폴란드 헌재는 지난 7일 EU의 조약이나 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EU법은 헌법을 포함, 개별 회원국의 법보다 상위법"이라며 "ECJ의 모든 결정이 개별 국가의 사법부에 효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또 EU의 민주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보조금을 제한할 수 있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란드는 지난해에 EU의 순보조금으로 125억 유로(약 17조3천억원)를 받아갔다.

폴란드는 EU 27개 회원국 중 최대 보조금 수혜국이다.

EU 회원국 정상은 지난 7월 코로나19로 타격을 본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7천500억 유로(약 1천4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 기금과 이와 연계된 1조740억 유로(약 1천488조원)의 EU 장기 예산안(2021∼2027년)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EU는 폴란드에 대해 회복기금 지원과 예산 배정에서 법치주의 존중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양국이 기금과 예산안 승인을 거부해 회원국 만장일치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EU와 충돌' 폴란드 총리 "EU에 남겠지만 주권침해는 거부"
폴란드가 EU의 법치주의 통제를 계속 거부할 경우 폴란드가 EU를 탈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폴란드 헌재가 EU와 정면 대립하는 결정을 내리자 폴란드 국민은 "EU를 떠나면 안 된다"며 극우 성향의 정권에 맞섰다.

지난 1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0만명이 모이는 등 폴란드 전역에서 '반정부, 친EU'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특히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빗댄 '폴렉시트'(Polexit·폴란드의 EU 탈퇴)가 현실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