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거듭 공언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납치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의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早紀江·85) 씨와 이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83) 가족회 대표 등을 관저에서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납치문제담당상을 겸임하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이 배석한 면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틀림없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가족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문제 해결에) 저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사키에 씨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기시다 총리에게 "인간 대(對) 인간으로서의 대화 중에 강경한 자세를 명확히 보여 현실적으로 해결해 주길 부탁하고 싶다"며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北 납치피해자 가족 만난 기시다 "가슴 막혀 말 안 나와"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취임 후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와 협력을 요청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지지의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 위원장과 마주해 모든 기회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고령인 피해자 가족들이 재회하지 못한 채 잇따라 사망한 것에 대해선 "그 원통함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면담이 애초 예정보다 길어져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北 납치피해자 가족 만난 기시다 "가슴 막혀 말 안 나와"
한편 북한은 납치 문제 해결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후인 지난 7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일본 측이 주장하는 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1970~1980년대 실종된 일부 일본인이 북한으로 납치된 것을 말한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하지만 납치 인원과 피해자 생존 여부 등을 놓고 양국이 견해를 달리하면서 지금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은 12건이며 피랍자는 17명이다.

이들 중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후에 일시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미귀환 상태라는 것이 일본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12명 중 메구미를 포함한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