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미국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내년에도 공급망 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해 고물가와 성장률 정체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2월에도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문가 전망치를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 경제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지난 8~12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들은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12월 5.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CPI 상승률은 올해 5월 이후 계속 5%를 웃돌았다. 12월까지 5%대 상승률이 이어지면 199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긴 기간 5% 이상 상승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CPI 상승률이 내년 6월 3.4%, 내년 말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직전 10년간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8%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은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조사에선 올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연율 환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3.1%로 떨어졌다. 4분기 성장률 예상치도 5.4%에서 4.8%로 하락했다. 마이클 모란 다이와캐피털마켓스아메리카(DCM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 병목, 빡빡한 노동시장, 초완화적 통화 및 재정정책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됐다”고 평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 절반이 앞으로 12~18개월간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공급망 문제를 꼽았다. 노동력 부족을 꼽은 응답자는 20%였다.

내년 하반기가 돼야 공급망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전체 응답자의 45%였다. 2023년 이후에 해결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15%에 달했다. 내년 2분기에 해소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33.3%였다. 앞으로 6개월 넘게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코로나19 재유행을 성장 위험 요인으로 꼽은 전문가는 8.2%에 불과했다. 경제학자 5명 중 3명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정부도 공급망 위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겪었던 많은 어려움이 내년에도 분명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인프라 투자 계획엔 항구 기반 시설을 위해 17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며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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