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前대북대표 "답변 못잊어…우리에게 할 일 많다는 메시지 줘"
"북 대외메시지 발신, 재관여 시사…종전선언, 패키지 일부로 중요"
미, 하노이회담 앞두고 세계은행 가입 묻자 김정은 "그게 뭐냐"(종합)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세계은행 가입 제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북한경제포럼에서 2019년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방북했을 때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의 하나로 세계은행 가입 의향을 김 위원장에게 물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을 쳐다보면서 '세계은행이 뭐냐'고 답했다며 "그 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줬다"고 비건 전 부장관은 언급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더 밝은 경제의 미래에 대한 구상은 사실 전체주의 독재국가보다 우리 자신에게 훨씬 더 매력적인 미끼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같은 국가에 대한 인센티브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이 최근 일련의 대미(對美) 성명을 내놓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배경으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들을 고려하고 있고 그 조건 하에서 세계와 다시 관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화 기조의 대북 정책을 고수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며 북한에 연일 대화에 호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그간 끊었던 남북 간 핫라인을 복구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중요한 것은 소통의 연결고리"라며 "남북이 다시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환영하며, 미국도 대북 소통을 재개해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북 외교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북한의 심각한 고립과 일정 기간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소통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화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심지어 미국 등이 요구하는 조처를 하는 상호적인 방식보다도 대화라는 행위만으로도 인센티브를 얻으려고 대화를 모색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노이회담 앞두고 세계은행 가입 묻자 김정은 "그게 뭐냐"(종합)
비건 전 부장관은 앞으로도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지난 미 대선에 그랬던 것처럼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는 내년 한국 대선을 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핫라인 재개설 등 북한의 최근 조치는 내년 한국의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개입을 시작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그는 한반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를 표하면서 "모멘텀 구축을 시작할 수 있는 일련의 단계나 조치들에 대한 조합의 일부라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성명"이라고 한 뒤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 등에 대해 과장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조건 없는 만남을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제안을 싫어한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별도가 아닌 패키지의 부분이 될 수 있는 종전선언 가능성을 포함해 양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조용히 작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