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26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원자재 가격 강세로 주요 2개국(G2) 물가가 5개월째 급등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겨울철 이후 G2의 인플레이션 강도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요금 자유화로 더 오를 中 물가

美·中 5개월째 '인플레 비명'…"에너지發 혹독한 겨울 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상승했다고 14일 발표했다. 1995년 12월의 11.1% 후 25년9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9월 PPI 상승률은 8월의 9.5%와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10.5%)를 모두 웃돌았다.

중국의 PPI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하다 올 1월 0.3%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후 매달 오름폭이 커지더니 지난 5월부터 9%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원유 석탄 철광석 구리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향후 전기요금 현실화로 인해 PPI 상승세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전력난에 대응해 15일부터 석탄화력 전기요금을 정부가 정하는 기준가에서 상하 20%까지 변동할 수 있도록 바꾼다. 기존 10%에서 변동폭을 늘려 발전업체들이 석탄 가격 상승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톈펑증권은 전기료 인상으로 PPI가 1%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PPI 상승으로 중국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생산자물가는 급등하는데 소비자물가(CPI)는 그만큼 오르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기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서다. 9월 중국의 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PPI와 CPI 상승률 차이는 8월 8.7%포인트에서 9월 1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1993년 후 28년 만의 최대 격차다.

기저효과 없어도 급등한 美 물가

미국 CPI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해 시장 전망치(5.3%)보다 0.1%포인트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CPI는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졌는데도 5개월째 5% 넘게 오르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미국 인플레이션은 기저효과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작년 7월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물가 상승폭이 작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은 경제 활동이 다시 시작된 시기다.

올 9월엔 그동안 반짝 급등했던 품목들의 상승세가 멈췄다. CPI 상승을 견인해온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항공료도 6.4% 떨어졌고 의류(-1.1%), 호텔숙박료(-0.6%)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올 9월 CPI는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한 번 오르면 좀체 잘 떨어지지 않는 임대료가 뛰고 있다. 지난달 세입자 임대료는 전달보다 0.5% 상승했다.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는 0.4% 올랐다. 각각 2001년,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9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특히 난방용으로 쓰는 연료유(3.9%)와 가스(2.7%) 가격이 많이 뛰었다.

미국의 9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올랐다. 시장 전망치(8.7%)를 밑돌았지만 연간 상승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0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미 중앙은행(Fed)은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시기를 오는 11월로 잡고 있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테이퍼링 결정이 11월 내려지면 그 절차는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에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