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스태그플레이션을 반영하기 시작한 금리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개장 전부터 사흘간 하락을 접고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오전 7시께 3분기 어닝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JP모간, 블랙록, 델타항공의 실적이 나왔고 모두 월가 예상을 넘는 이익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월가 예상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5.4%, 전월 대비 0.4% 올랐습니다. 8월 수준(5.3%, 0.3% 상승)이 유지될 것이란 시장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0%, 전월 대비 0.2% 상승했습니다. 시장 예상(4.0%, 0.3% 상승)과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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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부 내용이었습니다. 세부 항목을 잘 살펴본 월가에서는 헤드라인 수치보다 더 좋지 않은 해석들이 나왔습니다.

① 기저효과가 사라졌는데 5%대

지난 7월 CPI가 5.4%에 달했을 때는 기저효과가 컸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팬데믹으로 물가가 워낙 낮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9월은 경제 활동이 다시 살아난 시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졌는데 5%대 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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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일시적 요인들이 사라졌는데도 5%대

세부 항목 중 중고차 및 트럭(전월 대비 -0.7%), 항공료(-6.4%), 의류(-1.1%), 호텔숙박료(-0.6%) 등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요인들은 9월에 모두 하락했습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수요가 감소한 탓일 겁니다. 이런 일시적 요인이 사라졌는데도 물가는 여전히 5%대 중반입니다.

이들 요인은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 다시 꿈틀댈 수도 있습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이런 CPI 구성요소가 계속 안정세를 보일지 다시 강세를 보일지는 공개된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고차 도매가격을 나타내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최근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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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속적' 임대료 상승 본격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 가격을 제외한 9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2% 올라 예상(0.3% 증가)보다 적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이 수치를 보이는 것만큼 호의적이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한 번 나타나면 오랫동안 지속하는 '끈적끈적한'(Sticky) 요인인 임대료(Shelter)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탓입니다. 세입자 임대료는 전월 대비 0.5% 올랐고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은 0.4% 올라 각각 2001년, 2006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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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세입자 임대료와 OER은 CPI 바스켓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 구성요소는 집값 변동보다 12~18개월 후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임대료만으로 CPI를 1%포인트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집값 상승세도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부족 사태 중 가장 오래갈 것으로 보이는 게 주택 부족"이라며 "자사 모델에 따르면 집값은 2022년 말까지 추가로 16%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이스·실러 주택지수는 지난 7월까지 1년간 19.7% 급등했는데, 앞으로도 더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④ 잡힐 것 같지 않은 에너지 가격

중고차 등 일시적 요인들이 모두 하락했는데도 CPI가 정점을 유지하고 있는 건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3% 상승하고 식품이 전월 대비 0.9%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사실 10월 들어 더 많이 오르고 있으므로 10월 물가에서는 더 높게 반영이 될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유가가 80달러를 넘었지만, 셰일업계가 예전처럼 마구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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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석유회사들은 2019년 1080억 달러, 작년 608억 달러를 썼지만, 올해는 558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내년에는 15~20%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정점이던 2014년 1840억 달러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그리고 시추비용 증가로 투자액이 이 정도 늘어나도 산유량이 늘어날지도 불투명합니다.

이렇게 유가 상승에도 셰일오일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는 원인은 다섯 가지 정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자본 회수에 나섰고
⒝ ESG 흐름 탓에 새로운 투자금이 오지 않으며
⒞ 은행들도 ESG 때문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 자금 여유가 있는 엑슨모빌 등 대형사는 유전 투자보다 친환경 투자에 돈을 쓰고 있다
⒠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유지 셰일 시추를 금지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21'을 발표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석유 및 가스 공급에 대한 투자는 수요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감소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구매와 천연가스 인프라 확장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라며 "높은 수요가 지속한다면 앞으로 몇 년간 높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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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는 "임대료가 0.4% 치솟은 것은 높은 집값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전년 대비 근원 CPI가 소비가 감소하고 공급망 혼란이 일부 사그라드는 내년 1분기 이전에는 정점을 찍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종합하면 헤드라인 CPI는 2022년 1분기까지 5% 이상으로 유지되고 핵심 인플레이션이 2022년 2분기까지 3.5%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Fed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과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Fed는 오후 2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했습니다. 예상대로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11월 중순이나 혹은 12월 중순에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매달 국채 100억 달러, 모기지증권(MBS)을 50억 달러씩 줄여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끝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11월 테이퍼링 발표는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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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내내 마이너스권에서 머물다 오후 들어 다시 플러스권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2시 Fed의 회의록이 공개된 뒤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보합세를 보였고 S&P500은 0.3%, 나스닥은 0.7% 상승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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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또다시 크게 떨어진 덕분입니다.

10년물은 이날 3.7bp 떨어진 연 1.539%로 마감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지표 발표 후 초반 1.60%대까지 올랐다가 곧바로 내림세로 전환돼 장중 1.529%까지 내렸습니다. 30년물은 6.9bp나 폭락해 2.031%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38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10년물 입찰, 이날 24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입찰이 모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게 형성된 게 영향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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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물 금리가 모두 떨어진 반면 단기물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년물 금리는 이날 2.4bp 올라 0.366%를 기록했습니다. CPI 발표 직후 0.40%를 돌파했는데 이는 작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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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물은 향후 경기와 인플레이션 전망을, 단기물은 Fed의 기준금리 움직임을 가장 많이 반영합니다. 즉 시장은 Fed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빨리 올릴 것으로 예상하되, 이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날 시장이 예상하는 2022년 9월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90%까지 높아졌습니다. 내년 12월에 두 번째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베팅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장기물은 내리고 단기물 금리는 오르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평평해지고 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곡선이 평평해지는 건 경기 악화의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채권 시장 일부에서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악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듯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 "다만 그런 가능성에 대한 우려 정도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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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경기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계의 세후소득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이 3% 수준에 그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비중은 역사적으로 계속 감소해왔는데, 거꾸로 늘어날 것이란 게 우려스럽다는 주장(JP모간)도 나왔습니다.

이날 아침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주당 30센트의 순이익을 발표한 델타항공은 이날 주가가 5.75%나 급락했습니다. 또 일주일 동안 7.96% 떨어졌습니다.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가 콘퍼런스콜에서 "항공수요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항공유류비 상승은 4분기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힌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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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주당 3.74달러(예상 3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JP모간 실적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크레딧카드 부분의 총매출이익률이 줄어든 것에 소비가 감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다만 JP모간이 "크레딧카드에 높은 판촉비용을 투입했다. 마케팅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오해는 풀렸습니다. 다만 그 여파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3.6% △캐피털원 -3.4% △디스커버파이낸셜 -3.7% 등 카드주가 폭락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혼란 해결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LA 항만과 롱비치항만 관계자, 국제항만창고노조 지도부와 화상회의를 열었다. 또 백악관 ‘공급망 교란 TF’와 함께 월마트, UPS, 홈디포 등 민간 유통업체들과 화상 원탁회의를 열고 물류 대란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항만 정상화 90일 계획'을 통해 LA롱비치항을 포함해 월마트 등 유통, UPS 등 물류 업체들이 일주일 7일, 24시간 일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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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뉴스들도 있었습니다. 경기 둔화, 공급망 혼란 등의 주범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급속히 꺾이고 있습니다. 펀드스트랫은 "델타 변이가 가장 기승을 부린 텍사스, 플로리다 등 17개 주에서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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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혼란이 조금씩 해결 실마리를 찾아간다는 소식도 나옵니다. 베트남의 조업이 정상화되고 있고 반도체 공급난 속에 지난 몇 달간 감산해온 도요타도 정상 조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상하이항과 LA 롱비치항을 잇는 컨테이너선 용선료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현대차 북미법인의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에 지난 8~9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면서 "반도체 산업이 매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간은 "최근 3, 4분기 성장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으나 미국 경제는 여전히 양호한
성장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2조4000억 달러의 추가 저축을 가진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또 임금 상승도 이런 소비 여력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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