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이 근로자 임금과의 총력전을 선포했다. 기시다 내각이 간판 경제정책으로 내건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중산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임금인상에 적극적인 기업에 세제우대 혜택을 늘리겠다"는 총선 공약을 공식 채택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4일 일본 중의원을 해산하고 31일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급여를 중시하는 세제를 운영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보다 많은 기업이 세제우대 혜택을 노리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신입사원의 급여를 전년보다 1.5%(중소기업)~2%(대기업) 이상 올리는 기업에 인상분의 15% 만큼 법인세를 줄여주는 세제우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내각이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이렇게 줄여준 세금이 8년간 1000억엔(약 1조554억원)에 달하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가 일부 줄어도 임금을 올리는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내각은 15%인 공제율을 20% 이상으로 높여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신입사원 뿐 아니라 기존 직원 전체의 급여를 늘릴 수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금 인상은 역대 일본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일본 경제가 '임금 정체→소비 부진→기업실적 저조→설비투자 및 고용 위축→임금 정체'의 악순환에 빠진 결과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을 올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를 진작시키지 못하면 일본 경제를 부진의 늪에서 끌어낼 수 없다는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올리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베 내각은 정부가 노조의 임금협상을 전면 지원하는 '관제춘투'를 내걸고 게이단렌과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 그 결과 일본의 대기업 임금인상률은 2014년 이후 7년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일본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본 근로자의 평균 급여가 3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배경이다. 일본인의 구매력도 2018년 한국에 뒤처진 것을 비롯해 주요국과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 근로자들도 "세금과 사회보장 보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실제 가계 소득은 늘지 않았다"고 불만이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대책을 내걸며 금융소득세제 및 상장기업의 분기결산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