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대신 반기 결산 추진에
시장에선 "해외자금 이탈" 우려
금융소득세 인상 이어 잇단 논란
새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이 연이어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부유층의 주식 매각 차익과 배당에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금융소득세 개선안이 역풍을 맞자 이번엔 상장사의 분기 결산 보고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11일 일본 증권업계는 기시다 총리의 의회 소신 표명 연설(새로 취임한 총리가 의회에서 현안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발표하는 연설)로 술렁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주주뿐 아니라 직원과 거래처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며 기업의 분기 결산제도를 개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은 2008년 금융상품거래법을 통해 분기 결산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기업이 3개월마다 실적을 공개하다 보니 장기투자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눈앞의 주가와 단기 실적만 중시하는 경향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인 일본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일본 경제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 평균 연봉이 30년 동안 오르지 않아서이며 이는 낮은 생산성 탓에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기시다 내각은 단기 실적에 목을 매는 기업들이 인적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생산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 기업의 능력개발비(2010~2014년)는 0.1%로 미국(2.08%)과 프랑스(1.78%)의 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기 결산제도 완화가 글로벌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투자기관 관계자는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면 결국 곤란한 것은 일본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내각은 지난 4일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를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자본시장에 충격만 주고 있다. 금융소득세 개선안을 첫 대책으로 내놓자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12년 만에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증시가 ‘기시다 쇼크’에 휘청이자 기시다 총리는 전날 한 방송에서 “당분간 금융소득세를 건드릴 생각이 없다”고 물러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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