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로컬 홈페이지
사진=디로컬 홈페이지
혁신의 계기는 사소한 경우가 많다. 우루과이 최초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디로컬(DLO)의 시작도 비슷하다.

세바스티안 카노비치 디로컬 최고경영자(CEO)는 할머니를 포함한 주변인의 해외 결제를 도와주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의 가족 가운데 국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건 카노비치가 유일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에게 결제를 부탁하자 좀 더 편리한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까지 세우게 됐다.
사진=디로컬 로고
사진=디로컬 로고
디로컬(티커 DLO)은 ‘남미의 페이팔’로 불린다. 2016년 우루과이에서 설립된 디로컬은 신흥국 이용자 등을 위해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30개국에 있는 약 600개의 결제 수단을 연결해 주고 있다. 브라질에 사는 사람이 인도에 있는 물건을 구매할 때나 아마존을 통해 결제할 때 디로컬은 거래를 편리하게 도와준다.
작은 나라에서 꾼 거대한 꿈

우루과이는 우리에게 소고기, 콩(대두) 수출국으로만 알려진 낯선 국가다. 시장도 작다. 우루과이 인구는 약 384만 명에 불과하다. 5182만 명에 달하는 한국 인구의 13분의 1 수준이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만으로는 글로벌 규모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사진=세바스티안 카노비치 디로컬 최고경영자(CEO)
사진=세바스티안 카노비치 디로컬 최고경영자(CEO)
카노비치 CEO는 이 같은 환경이 오히려 해외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카노비치는 한 인터뷰에서 “아무도 우루과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며 “우루과이는 규모가 작아 우리는 항상 밖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두 나라 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우루과이 DNA”라며 모국에서 기회가 부족한 것이 오히려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디로컬은 중국 등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디로컬의 경영진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 스페인, 미국,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등 세계 전역에서 디로컬 직원들이 맹활약 중이다. 2021년 현재 ‘5살’ 스타트업이 된 디로컬은 이미 6개국에 지사를 세웠다.
신흥국 틈새시장 개척

전자상거래의 핵심은 ‘간편함’이다. 하지만 신흥국들은 오랫동안 수혜를 보지 못했다. 중남미를 포함한 아프리카,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은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플랫폼이 통일되지 못했고, 결제 시스템과 방법이 복잡하고 어렵다. 중남미 경제 강국이자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꼽히는 브라질마저 신용카드를 보유한 인구가 전체의 32%에 불과하다.
사진=디로컬 홈페이지
사진=디로컬 홈페이지
디로컬은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신흥국 기업들과 개인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데 주력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개인 사용자에게 지역 카드 결제와 송금, 자동이체 등을 도와주는 ‘페이인’ 서비스가 있다. 제휴를 맺은 기업을 대상으로 디로컬이 고객 결제금을 입금해 주는 ‘페이아웃’ 서비스도 제공한다. 디로컬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실물·가상카드 직접 발급 서비스도 운영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디로컬의 사업 방식을 두고 “틈새시장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우루과이에서 시작했기에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스트라이프나 아디옌과 같은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대신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는 것이다.

디로컬은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예를 들면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100달러 상당의 거래를 할 때 디로컬은 4달러의 수수료를 청구한다. 일반 결제대행 회사 평균 요금의 네 배에 달한다.

디로컬의 이런 전략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일부 핀테크 기업과 달리 디로컬은 상장하기 전부터 흑자를 냈다. 디로컬은 아마존, 디디, 마이크로소프트(MS), 스포티파이, 윅스 등 글로벌 회사와 제휴 관계를 맺으며 플랫폼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지난해엔 이들을 포함한 330여 개 제휴 기업으로부터 21억달러 상당의 결제를 처리하기도 했다.
상장 두 달 만에 주가 두 배
사진=디로컬 주가 그래프
사진=디로컬 주가 그래프
디로컬은 지난 6월 나스닥시장에 데뷔했다. 확정 공모가는 21달러였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32.4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빠르게 뛰었다. 지난 8월 20일 디로컬 주가는 66.94달러를 기록하며 상장한 지 두 달 만에 두 배 넘게 올랐다. 최근 주가도 60달러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 2분기 디로컬의 매출은 5890만달러(약 695억원),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5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6%, 212% 올랐다.
사진=디로컬 투자지표
사진=디로컬 투자지표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 코로나19로 중남미 지역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됐다는 점도 디로컬에 호재다.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은 올해 1100억달러 규모에서 내년에는 123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남미 지역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온라인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63.3% 커졌다.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