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제 소총 등 아프간서 버젓이 판매…탈레반 부인
미 국방부 "첨단 무기는 모두 제거해"
미군이 버리고 간 무기, 아프간 총기 상점서 팔린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미군이 버리고 간 대량의 무기와 군용품이 현지 총기 상점에서 팔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은 올해 여름 미군 철수와 아프간 정부군의 투항 등으로 미국제 무기 수천 정과 수 톤의 군사 장비를 압수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칸다하르주 무기상들은 탈레반이 집권하자 총기상에서 총기류, 탄약 등이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남부 지역에 수십 명의 아프간인이 총기 상점을 차려놓고 미제 권총, 소총, 수류탄, 쌍안경, 야간투시경 등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레이저 조준경과 유탄 발사기가 달린 미국제 M4 소총은 4천 달러(한화 474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다.

이들 무기는 지난 20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 기간 미 정부가 훈련 및 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30억 달러(98조여원) 이상을 투입해 아프간 보안군에 지급한 것이었다.

칸다하르의 총기상인 에스마툴라는 현금이 필요하고 아프간 정부에 버림받았다고 믿는 군인과 경찰에게 무기와 탄약을 사려고 정부군 기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칸다하르의 다른 총기상은 "미국제 무기는 매우 잘 작동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면서 미국제 소총, 권총, 탄약 등을 수십 정 팔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제 50구경 기관총까지 팔았다는 또 다른 총기상은 "러시아제보다 비싸긴 하지만 미국제를 선호한다"면서 "소총이나 권총 같은 가벼운 무기는 운반과 휴대가 용이해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미국제 무기를 찾는 데 혈안이 됐지만 정권을 장악하자 관심이 줄어들어 이제는 아프간 기업인들이 이들 무기를 구해 파키스탄으로 밀반출하고 있다고 총기상들은 전했다.

한 총기상은 파키스탄 무기 상인이 미국제 권총, 소총, 야간 투시경 등 미군 장비를 찾고 있다면서 파키스탄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아프간에서 사들인 미국제 무기를 파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수년간 아프간 정부군에 M4 소총, 로켓, A-29 경공격기, 험비, 기관총용 탄약을 제공했다.

지난 2년간 아프간 정부군에 지출한 금액만 총 26억 달러(3조여원)에 달했다.

미 국방부 또한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무기가 아직 현지에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의 첨단 무기는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주 의회에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운용하던 첨단 무기를 지난 8월 말 마지막 부대가 철수하면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헬기와 항공기 등도 미국인들이 떠나기 전에 불능화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탈레반은 미국제 무기가 시중에 팔리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고 나섰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대변인은 무기는 판매용이 아니라면서 "단 한 사람도 시장에서 총알을 팔거나 밀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중 포획된 미국제 무기는 "미래 군대를 위해 모두 분류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NYT는 올해 여름 미국이 공급했던 무기들은 아프간 정부군이 약탈해 팔거나 탈레반이 압수했다며 미국제 무기의 큰 물결이 아프간 시장을 강타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