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키운 '아마존 대항마' 쇼피파이 뜬다
‘쇼피파이(SHOP)는 최고의 투자자산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 쇼피파이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2021년 7월 발표한 51개 구조적 성장주 추천 종목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쇼피파이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성장성뿐 아니라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상거래,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쇼핑 시스템) 소매업 등의 트렌드를 자본화할 수 있는 좋은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인기


캐나다 오타와에 본사를 둔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몰 설립 및 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관리할 수 있고, 월 이용료가 최저 29달러로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쇼피파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판매자 수는 올 7월 기준으로 175개국에 걸쳐 총 170만 명에 달한다. 카니예 웨스트와 라디오 헤드 등 유명 가수들도 자신의 앨범 등을 팔기 위해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 테슬라 같은 대기업도 쇼피파이 고객이다. 올버즈, 짐샤크, 하인즈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의 캐나다 유통망은 대부분 쇼피파이가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자체 결제 플랫폼 샵페이와 물류회사 등도 추가해 브랜딩부터 마케팅, 광고, 결제, 배송 등 전 과정에 걸친 종합 솔루션 제공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매 비중을 줄이고 온라인에 주력하려는 기업과 상인이 크게 늘면서 쇼피파이의 솔루션 수요 역시 폭증했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해 수수료를 내는 대신 쇼피파이 솔루션을 활용해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기를 원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그 덕분에 쇼피파이는 깜짝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9억8865만달러(약 1조1573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10% 늘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11억1944만달러였다.

2분기 세후당기순이익은 8억791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6.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각각 3600만달러, 0.29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급등한 수치다. 주가는 지난해 184% 올랐고, 올해도 50%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올 9월 기준으로 184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뉴욕의 소매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월터 로엡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쇼피파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사업 운영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한 소규모 상인에게 매우 신중하게 초점을 맞춘 덕분”이라며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상거래는 모멘텀을 계속 확장해왔기 때문에 쇼피파이 역시 새로운 고객 확보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이 키운 '아마존 대항마' 쇼피파이 뜬다

아마존이 키운 ‘아마존의 대항마’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최근 ‘쇼피파이는 어떻게 아마존에 대항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쇼피파이의 강점을 분석했다. 소매업 데이터베이스 분석기업 인텔리전스노드의 산지브 술라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쇼피파이에 대해 “전자상거래를 민주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판매자끼리 무한 가격 경쟁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한 아마존 방식과 달리 쇼피파이는 상인들이 언제 어디서든 판매할 수 있게 ‘엔드 투 엔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쇼피파이가 기업공개(IPO)를 한 2015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아마존은 “내년부터 제3자 판매자인 중소상인 등을 위한 아마존 웹스토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쇼피파이와 파트너십을 맺은 사실을 밝히며 제3자 판매자들에게 쇼피파이로 플랫폼을 옮겨갈 것을 권유했다. 당시 아마존과의 협업 소식에 쇼피파이 주가가 20% 이상 급등하는 등 주목받았다.

여세를 이어 2017년 1월에는 쇼피파이의 업주들이 아마존 플랫폼에서도 제품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쇼피파이 판매자들로서는 별도의 추가 관리 없이 아마존에서도 매출을 일으키게 됐다. 당시 이 같은 발표에 쇼피파이 주가는 10%가량 상승했다.

아마존이 버린 서비스였지만 쇼피파이는 이를 계속 성장시켰고 아마존의 사업 파트너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어느덧 시장에선 ‘아마존의 적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쇼피파이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전통 강호 이베이까지 제칠 정도였다.

쇼피파이는 자사 솔루션을 통해 일어나는 매출의 2.9%+30센트를 수수료로 적용한다. 반면 아마존은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평균 30%의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지난해 상당수 소상공인과 기업이 높은 수수료 때문에 아마존을 떠나 쇼피파이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주말에만 쇼피파이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 및 기업이 올린 매출은 51억달러로, 같은 기간 아마존에 입점한 개인·기업이 낸 실적(48억달러)을 웃돌았다.

아마존은 쇼피파이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지난해 임원 10여 명을 투입해 ‘프로젝트 산토스’로 불리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프로젝트 산토스는 쇼피파이를 분석하고 사업 모델을 복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호주의 쇼피파이’라고 불리는 전자상거래몰 구축 솔루션기업 셀즈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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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프로그래머’ 뤼케의 작품


쇼피파이는 독일 출신 고교 중퇴생 토비 뤼케가 캐나다에서 창업했다. 쇼피파이의 성공은 플랫폼 기술력 측면에서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뤼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코블렌츠라는 도시에서 자란 컴퓨터광이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 지멘스에서 프로그램 엔지니어 인턴으로 일하려고 17세에 학교를 중퇴했다.

쇼피파이는 2004년 뤼케가 스노보드용품 쇼핑몰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은 게 계기가 됐다. 스노보드 여행으로 방문한 캐나다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결혼하고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당시 널리 쓰이던 ‘마이크로소프트 커머스’나 ‘야후 스토어스’ 등 도구가 미흡해 보였다.

이후 자체 전자상거래 엔진을 프로그래밍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들고 보니 기존 제품보다 더 간결하면서 빠르고 시각적으로도 우수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초기 전자상거래 관련 앱을 공개하자 이용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결국 스노보드보다 이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더 유망하다고 판단해 업종을 바꿨다.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사가 20여 개로 늘었고 2006년 10월 8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투자자들이 찾아오면서 사업 확장 기반을 다졌다. 쇼피파이 고객은 더욱 늘어났고, 2015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지속적인 투자로 적자를 내고 있었는데도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2억7000만달러 안팎에 달했다.

이 괴짜 프로그래머가 몇 년 만에 글로벌 기업의 CEO로 큰 비결 중 하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안다는 점이다. 뤼케는 자신이 내성적인 기술자라는 사실을 알고 경영에선 동료들을 믿고 의지했다.

뤼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와 만나 회의하고 대화하는 일이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몇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건 창업 초기에 공동창업자인 스콧 레이크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할리 핀켈스타인 등을 믿고 전권을 맡겼기 때문이다.

회사의 고용 스타일도 남다르다. 뤼케는 입사 지원자들을 살필 때 이미 이룬 것보다 앞으로의 잠재력을 더 중시한다. 뤼케는 스스로를 “어릴 때부터 반항아 기질이 있고, 반권위주의적”이라고 소개한다. 쇼피파이도 채용할 때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반항아를 반긴다.

뤼케는 올 5월 “회사가 가족 같은 곳이란 말은 가당찮은 말”이라는 내용의 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이 유출돼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뤼케는 “쇼피파이는 가족이 아니라 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쇼피팸(Shopifam)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감성에 기대다 보면 사내 저성과자를 내보내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이 키운 '아마존 대항마' 쇼피파이 뜬다

앞으로가 더 ‘탄탄대로’


회사 업무가 몇 배로 늘어났지만 뤼케는 분기마다 ‘은둔 주간(studio weeks)’이라고 불리는 휴식기를 갖곤 한다. 그의 음악가 친구들이 영감을 얻는 행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캐나다 오타와 사무실에 박혀 코드를 작성하거나 책을 들고 숲속에 들어가 미래를 구상한다.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해 쇼피파이의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운영 방향이 올바른지 생각해본다.

예컨대 미래에는 소비자들이 문자 메시지, 스냅챗, 넷플릭스 등 온라인과 모바일 어디에서나 실시간 쇼핑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확산하면서 가상현실(VR)의 중요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뤼케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대표적이다. AI가 수십만 명의 판매자를 추적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소를 학습하고, 이를 활용해 판매자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소매업체가 전자상거래로 판매 중심축을 옮겨야 했을 때 쇼피파이는 이를 더 쉽게 돕기 위해 새로운 기능이 담긴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뤼케는 당시 “아마존은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는 반란군을 무장시키려 하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등 ‘유통 공룡’이 주로 활약하는 시장에서 중소상공인이 그들만의 독특한 판매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제휴 전략을 통한 영역 확장에도 탁월하다. 샵페이 결제 시스템을 구글과 페이스북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게 대표적이다. 샵페이는 고객이 결제 과정 중 입력해야 하는 과정을 줄여 온라인 결제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인스턴트 결제 시스템이다.

짧은 동영상 공유 앱으로 유명한 중국 틱톡과도 제휴를 맺어 이용자가 동영상 시청 중에도 간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쇼피파이 판매자도 틱톡 계정을 통해 제품을 다양하게 홍보할 수 있다.

올 2분기 쇼피파이 신규 가입자는 1억1800만 명이었다. 2017년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후 누적 결제 금액은 300억달러에 달한다. 쇼피파이는 미국 내 전체 전자상거래 주문 처리 금액 중 11%를 차지하고 있다. 한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소 판매자 기반 옴니채널의 표준으로 진화하는 쇼피파이의 장기적, 구조적 성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