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목사 인터뷰…"시민무장세력 게릴라전 핵심 정보교류 차단 속셈"
"겨울 가까운데 식량·약품 바닥" 발 동동…"구호식량도 군인들이 막아"
'정보 암흑' 미얀마 민닷…"30㎞ 걸어 나와야 겨우 인터넷 연결"
2월1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권한 미얀마 군부는 지난 달부터는 북부 및 북서부 지역의 도시들을 상대로 잇따라 인터넷 차단 조처를 취했다.

군정에 맞서는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지난달 7일 전쟁을 선포한 뒤 시민군의 무장 투쟁 활동이 본격화한 데 따른 조치로 여겨졌다.

현지 SNS에 올라온 정보에 따르면 최근까지 미얀마에서 인터넷이 차단된 도시는 25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단된 도시 대부분이 미얀마 북서부 지역에 있다.

'정보 암흑' 미얀마 민닷…"30㎞ 걸어 나와야 겨우 인터넷 연결"
국가비상사태 이후 벌어진 군부의 유혈 탄압에 맞서 주민들이 전통 사냥총을 들고 치열하게 저항했던 북서부 친주 민닷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인터넷이 끊긴 상태다.

민닷에서 활동 중인 A목사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보 암흑'인 현지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지난달 말부터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다가, A목사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해 전화를 걸어왔다.

A목사는 "민닷은 해발 3천m가 넘는 빅토리아산 안에 들어있는 도시여서 휴대전화도 안되는 지역이 많은데 이제는 인터넷까지 끊겼다"면서 "약 20마일(32㎞)을 넘게 걸어 나와야 인터넷 연결이 되는 곳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인터넷을 연결해 정보를 수집한 뒤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다시 민닷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정보 암흑' 미얀마 민닷…"30㎞ 걸어 나와야 겨우 인터넷 연결"
군부의 인터넷 차단은 시민 무장세력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A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 시민방위군(PDF) 활동이 강한 곳이 중부 및 북부·북서부의 친주, 카친주, 사가잉·마궤 지역 및 남동부의 카야와 케인주"라며 "카야와 케인주는 국경을 접한 태국의 인터넷도 사용할 수가 있고 태국 위성TV도 볼 수 있어 인터넷을 막아도 효과가 없지만, 이쪽은 바로 차단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릴라전 핵심은 원활한 정보 교류다.

PDF간 사실상 유일한 정보 교류 수단인 인터넷을 막음으로써 무장투쟁을 약화하려는게 군부 속셈"이라고 강조했다.

A목사는 인터넷 차단으로 인한 불편에 대해 "군부에 저항하는 이들끼리 연락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불편이고, 미얀마 관련 뉴스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A목사는 1달러에 2천700짯까지 오른 최근 환율시장 상황을 뒤늦게 알고 놀라워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지난 2월1일 군부가 권력을 잡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전 달러당 1천300~1천400짯이던 환율이 최근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그는 인터넷 차단에 이어 유혈 진압이 이뤄질 거라는 두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차단은 우리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들 목숨을 지키려는 자위 수단일 거로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정보 암흑' 미얀마 민닷…"30㎞ 걸어 나와야 겨우 인터넷 연결"
현재 민닷시 상황에 대해 A목사는 "군부와의 싸움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피란을 갔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서 다시 다 뿔뿔이 흩어졌다"고 전했다.

한때 인구가 5만 명가량이던 민닷시와 주변 마을에는 이제 몇천 명도 살지 않는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겨울을 날 식량과 간단한 치료약품마저 없다"며 "식량을 싣고 오는 구호 차량 마저 군인들이 다 차단해 주민들에게 닿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민닷의 유일한 농작물인 와우(참마) 수확 철인데 군부 때문에 농사일을 할 수가 없다 보니 주민들 소득도 전혀 없다.

제철에 수확하지 못한 와우는 다 버려야 한다"면서 "군부 때문에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