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피하려는 바이든 "난장판 끝내자"...공화당은 시큰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해 부채한도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채한도 협상에 비협조적인 공화당을 맹비난하며 "이 난장판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알아서 하라"며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하려는 의회 표결에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은 법률로 정한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 부채 상한 적용을 올해 7월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8월 들어서도 부채 상한 조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국 재무부는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현금 등 비상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왔다.
디폴트 피하려는 바이든 "난장판 끝내자"...공화당은 시큰둥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달 말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2월 16일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처리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갖고 있는 상원에서 두 차례 부결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의 후속 입법이 없으면 10월18일에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부채한도 상향은 초당적인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에도 민주당의 협조로 세 차례나 부채 한도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의 방해가 미 경제를 절벽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다"며 "공화당은 러시안룰렛 같은 게임을 중단하고 이 난장판을 끝내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 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단독 통치를 원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 한도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며 "부채 한도 상한법을 처리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수단인 예산조정 절차를 쓰면 된다는 주장이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이를 종료하려면 상원 100명 중 최소 60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예산조정 절차를 사용하면 51명만 확보하면 된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반분하고 있어 동수가 나오면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조정절차를 쓰면 민주당이 모든 정치적인 책임을 지게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날 "미국이 의무를 이행하고 세계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에 10월18일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이번 주말까지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을 대통령 책상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