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교정책 군사화…주변국 크게 우려해"
키프로스 외무 "에르도안, 신 오스만 제국 추진해"
터키와 '앙숙' 관계인 키프로스공화국(이하 키프로스)의 외무장관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가리켜 "신(新)오스만 제국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외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은 지중해 동부와 중동에서 새로운 오스만 제국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두리에스 장관은 "우리는 터키의 군사력을 동원한 외교정책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 내 모든 국가가 크게 우려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터키는 모든 이웃 국가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오늘날 터키와 문제가 없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터키가 지역에서 새로운 오스만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터키는 지역의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키프로스 외무 "에르도안, 신 오스만 제국 추진해"
동지중해의 섬나라이자 분단국인 키프로스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며 이후 친(親)그리스 장교들이 1974년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섬 북부를 점령해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북키프로스)이 세워졌다.

국제법상으로는 키프로스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만, 터키는 북키프로스를 국가로 인정하고 사실상 보호국으로 삼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이며, 그리스계 주민이 대부분인 키프로스 역시 키프로스 섬 북부를 점령한 터키를 침략자로 보고 있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몰락하기 전까지 중동·아프리카·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이슬람 세계의 맹주를 자처했다.

오늘날 터키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토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나,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아랍국가들은 터키의 팽창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추도식에서 "터키는 터키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78만㎢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터키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했으며, 리비아 내전에 병력을 파견해 리비아통합정부(GNA)를 도왔다.

2019년에는 시리아 국경을 넘어 시리아 쿠르드자치정부를 공격했으며, 테러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이라크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중해 동부에서는 천연가스 탐사를 이유로 그리스·키프로스와 마찰을 빚는 등 적극적으로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키프로스 외무 "에르도안, 신 오스만 제국 추진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