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27일(현지시간)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향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에 변화가 일어날 지 주목된다. 두 사람이 Fed 내 대표적 매파 인사로 분류돼온 데다 내년이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실시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시기여서 두 사람의 사퇴가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해 상충 논란으로 카플란 총재와 로젠그렌 총재가 사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파' 캐플런·로젠그렌 사임으로 Fed 정책 방향 바뀌나 [정인설의 Eye Fed]
두 사람은 그동안 매파적 발언을 이어온 인사로 꼽힌다. 캐플런 총재는 공식석상에서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테이퍼링 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많은 기업들이 델타변이를 잘 이겨내고 있어 델타변이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미국 경제에 적어도 수요 부진은 없다”며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공개하고 10월부터는 가속페달에서 실제로 발을 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급에만 문제가 생긴 상태”라며 “금융위기 때의 테이퍼링을 참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지난해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했지만 최근 들어 매파적 성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캐플런 총재와 로젠그렌 총재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은 총재 등과 함께 매파로 분류됐다. 올해 FOMC 멤버(12명 중 공석 1명 제외한 11명) 중에선 최소 4명이 매파 견해를 보였다.
'매파' 캐플런·로젠그렌 사임으로 Fed 정책 방향 바뀌나 [정인설의 Eye Fed]
월가에선 내년에 새로 FOMC에 합류할 인사들이 매파 일색이어서 긴축 정책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FOMC 멤버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이사진 7명 외에 지역 연은 총재 5명까지 12명으로 구성된다. 지역 연은 총재 12명 중 뉴욕 연은 총재는 FOMC의 상임 멤버로 고정되며 나머지 연은 총재들은 지역별로 2~3년에 한번씩 FOMC 멤버로 들어간다.
'매파' 캐플런·로젠그렌 사임으로 Fed 정책 방향 바뀌나 [정인설의 Eye Fed]

이 순서에 따라 내년엔 클리블랜드(로레타 메스터)와 보스턴(에릭 로젠그렌), 세인트루이스(제임스 불러드), 캔자스시티(에스더 조지) 등이 FOMC 멤버로 새로 들어온다. Fed 이사진과 윌리엄스 총재는 대체로 비둘기파 성향이지만, 새로 합류하게 될 지역 연은 총재들은 매파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번에 그만두는 캐플런 총재와 로젠그렌 총재 후임자로 누가 결정되는 지가 Fed 통화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월가에선 보고 있다. 로젠그렌과 캐플런은 각각 내년, 2023년에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