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예방·일상 양립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 전환 선언
'정치적 이용' 논란 가능성…"연내 제6파 닥칠 수도"

일본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지역에 발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에서 벗어나 내달부터 정상 체제로 전환한다.

이 조치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줄어 의료체계 운영이 개선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2천 명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퇴임을 코앞에 두고 긴급사태의 전면 해제가 결정돼 방역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8일 스가 총리 주재의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도쿄와 오사카 등 19개 지역에 이달 말까지 시한으로 발효한 긴급사태를 연장하지 않고 해제하기로 했다.

긴급사태에 준하는 방역 대책으로 미야기현 등 8개 지역에 적용 중인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도 모두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올 4월 4일 이후로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및 중점조치가 없는 상황을 맞았다.

수도 도쿄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지난 7월 12일 발효된 4차 긴급사태에서 81일 만에 탈피한다.

스가 퇴임 직전 코로나 긴급사태 해제…'공적 부각용' 지적도
일본의 긴급사태는 행정수반인 총리가 전염병 확산을 막는 수단으로 특별법에 따라 선포하는 최고의 방역 조치다.

발효 지역에선 광역단체장이 외출 자제 요청 외에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및 휴업 요청·명령, 주류판매 제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고, 이에 응하는 업소는 일정한 보상금을 받는다.

중점조치 지역에선 광역단체장이 지역 내의 범위를 세분해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스가 퇴임 직전 코로나 긴급사태 해제…'공적 부각용' 지적도
스가 총리는 이날 국회 보고를 통해 "전체 백신 접종 횟수가 1억6천만 회를 넘어 (인구 대비) 접종률이 미국을 추월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 영향으로 신규 감염자와 중증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긴급사태 전면 해제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과 의료체제 정비로 감염 확산에 대한 사회의 대응력을 높여 감염예방 대책과 일상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의료체제 정비와 백신 접종을 계속하면서 규제의 단계적인 완화를 기본으로 하는 코로나19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이를 확실하게 이어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그간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 속에 지지율이 급락하자 29일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취임 1년여 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퇴임 직전에 긴급사태를 모두 거둬들이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공적을 부각하는 마지막 장면을 연출한 셈이 됐다.

스가 퇴임 직전 코로나 긴급사태 해제…'공적 부각용' 지적도
일본 정부는 이번 긴급사태 해제 후에도 1개월간은 해당 광역단체장 판단으로 적절한 감염 대책을 시행할 수 있는 경과 조치를 두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해제 지역에서 감염 대책 인증을 받은 음식점을 대상으로 오후 9시(비인증 업소는 오후 8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류 판매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스포츠 경기 등 대규모 이벤트의 입장 인원을 정원의 50% 범위로 현행 5천 명 이내에서 최대 1만 명까지로 늘리는 등 백신 접종 증명을 활용해 방역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영향으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자 방역 대책 완화를 검토해 왔다.

일본의 하루 신규 감염자는 전염성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지난 8월 절정기에는 하루 2만5천 명을 넘기도 했지만, 전날(27일)까지 일주일간은 일평균 2천378명으로 떨어졌다.

27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2차례 접종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57.2%, 1차례 이상 접종자 비율은 68.7%를 기록하고 있다.

스가 퇴임 직전 코로나 긴급사태 해제…'공적 부각용' 지적도
그러나 일본은 지난 6월 21일 도쿄 등 9개 지역의 긴급사태를 해제한 뒤 올림픽을 앞둔 시기에 신규 감염자가 급증해 22일 만에 도쿄를 시작으로 4차 긴급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해제는 도쿄에 4차 긴급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던 시기와 비슷한 하루 2천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결정돼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방역 전문가들은 지금의 제5파(5차 유행)가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연내에 제6파가 다시 시작될 우려가 크다며 재확산에 대비한 의료체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