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북극 자원 개발에 여전히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금융회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리클라임파이낸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가스프롬, 코노코필립스, 토탈에너지 등 에너지 기업들이 북극에서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클라임파이낸스는 금융회사의 기후 대응 관련 이슈를 추적하는 단체다.

이들 3개사는 북극 자원 개발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20%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기업에 3140억달러(약 370조원) 이상을 지원하면서 ‘공범자 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북극에는 599개의 유전과 가스전이 개발 중이거나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알릭스 마주니는 “북극은 기후위기의 기폭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을 지켜내야 하는 곳”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이들 석유·가스 기업이 그 폭탄을 건드리려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단독범이 아니다”며 “앞에선 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한 금융회사들이 뒤에선 이들 기업에 돈을 대며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탓에 북극이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와 에너지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의식해 자신들의 ‘녹색 자격증’을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론 정반대 성격의 투자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북극 사업 확대를 부추기는 상위 30개 은행 중 66%가 표면적으론 ‘북극 개발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북극의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기업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압박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도 어긋난다. 앞서 발간된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이 지난해 출범시킨 ‘탄소중립 자산소유자 연합’은 금융업계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자금 지원을 늘리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 의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12억t의 온실가스가 제거돼야 한다. 탄소중립 자산소유자 연합은 캘퍼스 같은 글로벌 연기금과 보험사 등 35곳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6조6000억달러의 자금을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