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암호화폐 단속을 예고했다.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 금융활동으로 규정한 새 고시를 발표하면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모두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4일 공개한 암호화폐 과대광고 위험 방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암호화폐 관련 업무는 불법 금융활동”이라며 “암호화폐를 법정화폐처럼 시장에서 유통하거나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특히 이에 관한 업무를 하다 적발된 사람에겐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시 발표에는 인민은행과 함께 중국 재정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 위해 최후통첩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것, 암호화폐끼리 교환하는 것 등이 모두 불법 행위에 포함됐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도 마찬가지다. 이를 감시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비은행권 간 모니터링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 단속에 나서는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소비지수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중국은 세계에서 채굴한 암호화폐의 46%를 담당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5월 자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 뒤 전방위적 단속에 나섰다. 5월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은 40% 가까이 폭락했다.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중국에서 정식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거래소는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해외 거래소 등으로 우회해 암호화폐 거래 활동을 이어왔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암호화폐 단속을 예고하면서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 가까이 하락했다.

싱가포르 암호화폐거래소 루노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인 비제이 아야르는 “헝다 파산 위기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거래 조사로 암호화폐 시장이 예민해진 상태”라며 “중국 정부의 발표로 암호화폐 자산 매각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