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전사' 친강 "미국 측의 경쟁은 종종 대립의 형태 취해"
주미 중국대사 연일 강공…"잘난체하는 설교 용납 안 해"
친강(秦剛)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연일 미국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미국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친 대사는 22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중국재단과 카터센터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서 "미국 측의 경쟁은 특히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한 주요 이슈에서 종종 대립의 형태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변하지 않으면 이는 우리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증진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사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그의 발언은 중국 고위 관리들이 미국을 향해 '세가지 핵심'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월 톈진(天津)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중 관계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했다.

왕 부장은 미중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신장·티베트·홍콩·대만 등 중국 주권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핵심을 제시했다.

친 대사는 "우리는 객관적이고 진실하며 건설적이라면 다양한 비판이나 제안을 기꺼이 수용하고 환영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근거없는 모략이나 허위정보는 수용하지 않으며 잘난체하는 설교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국의 주권과 통합, 영토보존을 약화하는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이 함께 일을 할 이슈 가운데 환경 위기 분야에서 양국은 각자의 기후 공약을 실제 행동으로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전 미 행정부의 행적을 봤을 때 미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한 약속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미국이 또다시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비준한 2015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버린 일을 비판한 것이다.

앞서 친 대사는 지난 13일에는 비영리단체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이사회가 화상으로 개최한 자신의 취임 환영행사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미국 탓이라고 말했다.

친 대사는 "솔직히 말해 미중 간 무역 및 경제협력 상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중국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꾸준히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작업을 해왔지만 미국은 합의 발효 후에도 계속 중국에 규제·억압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달 31일 비정부기구 미중관계 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행사에서는 '제발 닥쳐달라'며 비외교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미중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를 묻는 말에 친 대사가 대화 가능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뒤 '차이를 해소할 수 없다면 닥치라'고 말했다고 미국 보수매체 내셔널리뷰가 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7월 말 워싱턴에 부임한 친 대사는 중국의 공격적인 '늑대전사'(전랑·戰狼) 외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