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북부 삼각지대 위주였던 이주민, 주변 국가로 급속 확대
국경서 체포되는 이주민 올해 170만명 예상…바이든 정부 고심
라틴 엑소더스…미 국경으로 향하는 이주민 행렬, 국적도 다변화

가난과 질병, 부패 등 부조리를 피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이주민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행렬은 특히 트럼프 전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가혹한 이민 정책을 펴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늘어났는데, 이주자들의 국적 또한 눈에 띄게 다변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 출신 이주민 수천명이 텍사스주와 멕시코 사이 국경에 몰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수십년간 국경을 넘어오는 이주민들은 멕시코나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몇년 사이 에콰도르, 브라질,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아이티, 쿠바 등으로 출신이 다양해졌고, 이런 추세는 특히 지난 6개월여간 더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 남부 국경에 당도한 이민자 가운데 멕시코와 '북부 삼각지대'로 불리는 3개국, 즉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을 제외한 다른 국가 출신 이민자는 약 30만명으로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의 경우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이주 행렬 자체가 줄어 멕시코와 북부 삼각지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 출신 이주민 숫자는 4만4천명, 전체의 11%였다.

또 그 전년도인 2019년에는 7만7천명으로 전체의 9%, 2018년에는 2만1천명으로 전체의 5%, 훨씬 이전인 2007년의 경우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 7월과 8월 두달 동안은 이들 국가 출신의 이주민이 멕시코와 북부 삼각지대 출신 이주민 숫자를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이주민의 전체 규모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미 국경에서 체포되는 이주민 숫자는 약 1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의 두배 규모다.

체포되지 않고 월경에 성공한 이주민 규모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라틴 엑소더스…미 국경으로 향하는 이주민 행렬, 국적도 다변화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는 국가는 아이티 출신 이주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만8천명의 아이티인이 미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됐다.

2020 회계연도 당시 4천400명의 아이티인이 체포됐던 것과 비교하면 6배에 이르는 수치다.

국경지대 감리교 이주민 쉼터의 후안 피에로 신부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국가, 문화,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오고 있다"며 "마치 바벨탑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민들은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가려는 이유로 팬데믹 때문에 더욱 힘들어진 경제, 일자리 문제, 정치적 혼돈 상황,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건한 이민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 등을 공통적으로 들고 있다.

상당수는 국경으로만 가면 미국으로 수월하게 입국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꾀임에 속아, 어린 아이까지 대동한 채 힘겹게 미-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넘었다가 CBP 요원들에게 가로막혀 망연자실해 하기도 한다.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리오그란데강을 넘었던 에콰도르 출신의 한 여성은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

미국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국경에 당도하기 위해 고국 아이티를 떠나 칠레, 멕시코에서 4년간 떠돌았다는 티무시라는 남성도 "7살 난 아들을 4년 동안 보지 못했다.

미국에서 우리 가족이 재회할 날만을 꿈꾸고 있다.

그저 가족이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건한 이민 정책을 표방했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급격한 이주민 유입 현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늘어나는 이주민 숫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자, 최근 텍사스 국경에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 수백명을 급파, 아이티 이주민들을 비행기에 태워 본국으로 되돌려보내는 절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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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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