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중국의 순위를 높이기 위한 고위층의 압박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WB 최고경영자였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 김용 전 WB 총재의 참모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됐다.

WB는 ‘기업환경평가 2018’ 작성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WB는 2017년 10월 해당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 게오르기에바 등 당시 고위층이 중국의 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는 78위였다. 원칙대로 평가가 이뤄졌다면 중국은 85위에 그쳐야 했다는 것이다.

WB 조사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를 비롯한 고위층은 중국에 유리하게 기업환경평가 결과를 산정할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당시 130억달러(약 15조원)의 증자를 추진 중이던 WB가 3대 주주인 중국으로부터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환경평가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WB는 게오르기에바가 직접 기업환경평가 담당 직원을 호출해 질책했고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또 김 전 총재 측근도 중국의 성적을 올리는 데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재가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와 김 전 총재는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한국계인 김 전 총재는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WB 총재에 올라 2016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19년 중도 퇴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