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뒤통수치며 미·영·호주 간 새 동맹…미 안보 초점, 대서양서 인도태평양으로
더 애틀랜틱 "옛 질서 답습 아니라 새 질서 자리잡는 과정"
'新앵글로 동맹' 탄생, 中부상과 브렉시트의 합작품…유럽 반발

그야말로 신(新) '앵글로 동맹'의 탄생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간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의 발족 직후 미국의 한 고위관료는 익명으로 영국과 호주를 "가장 오래된 동맹"이라고 지칭했다.

오커스 발족으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프랑스로서는 납득되지 않는 말일 테다.

프랑스는 이미 200여년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울 때 미국을 지원했다.

오커스의 최대 목적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호주가 기존에 프랑스의 나발 그룹과 맺은 수십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의 파기를 의미한다.

프랑스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이 "등을 찔렸다"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반발한 이유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주축 국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유럽으로 날아가 대서양 동맹관계의 복원 및 강화를 천명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예고된 반발 속에서도 오커스를 선택했다.

'新앵글로 동맹' 탄생, 中부상과 브렉시트의 합작품…유럽 반발

프랑스의 등을 돌리게 하더라도 대(對)중국 포위망 강화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최근 미국의 대외 전략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중국 견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놓고 중국 견제에 힘을 쏟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시점에 대한 예측 실패와 치욕적인 철수 작전으로 악화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이 동맹국들의 지원 없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효과적인 중국 억제책을 위해 프랑스와 EU의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새로운 동맹체제를 선택한 셈이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선 호주의 참여도 필요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워지던 호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심화하면서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런 문제를 놓고 호주를 지지해왔다.

애초 호주는 미국, 영국과 돈독한 사이인데다, 중국과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방위력 강화의 핵심인 핵잠수함을 얻을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미국은 유럽 동맹 가운데서도 가장 협조적인 영국을 끌어들였다.

'新앵글로 동맹' 탄생, 中부상과 브렉시트의 합작품…유럽 반발

더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든 영국은 무역관계 등에서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고 있는 터였다.

영국은 또 최근에 아시아태평양 시장에도 눈길을 돌렸다.

영국은 지난 6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청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도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오커스를 통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계획에는 영국의 방위산업체 BAE 시스템스와 롤스로이스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오커스로 당장에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같은 앵글로색슨에 뿌리를 둔 동맹이 이뤄졌다.

이미 미국, 영국, 호주는 같은 앵글로색슨 계열의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핵심 국가다.

미국 매체 더 애틀랜틱은 오커스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구하던 '미국 독자적'인 방식을 탈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애틀랜틱은 16일자 '바이든의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영국 국민투표에서의 브렉시트 결정이 가져다 준 충격은 오늘날의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현시점에서 미국, 영국, 호주가 중국의 힘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애틀랜틱은 그러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군사 동맹이 얼핏 보기에 낡은 질서를 다시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는 첫 번째 속삭임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이렇듯 서방진영이 과거 구 소련에 대항해 구축했던 대서양 동맹이 중국의 부상,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이라는 중대 변화와 맞물려 흔들리면서 유럽 역시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프랑스와 EU는 심지어 미국 측의 이번 오커스 발족 사실을 발표 직전에야 통보받았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미국이 아프간 철군 논의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 나온 터여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 이에 따른 유럽 자립론에 무게를 싣는 분석이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파리 기반의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재단의 브루노 테르트라이스는 트위터에 "이는 천둥과 같은 소리로, 프랑스인들에게는 트라팔가르 해전의 순간"이라며 "대서양 협력을 복잡하게 하고 베이징에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팔가르 해전은 1805년 영국 해군이 프랑스 및 스페인 연합함대에 대승을 거둔 전투로, 이후 영국 해군이 바다에서 패권을 차지하게 됐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